ep.5 캐나다 빅토리아 다운타운에서

by 또랑

오늘은 홈메이트 방글라데시 언니랑 시내로 놀러 나가기로 한 날. 열두 시에 출발하기로 해서 아침에 책도 읽고 느지막이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아침부터 격하게 반겨주는 루시

덕분에 코가 촉촉해졌어~





어젯밤에 알게 된 사실 하나!

버스를 타려면 Umo Mobility 교통카드나 앱이 필요한데 캐나다 전화번호 없이는 가입이 어려웠다. BC주에서는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밴쿠버에 가는 경우 참고하시길. 이심으로 데이터를 따로 구매해서 새로 구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조금 번거롭더라도 데이패스를 끊어 다니기로 결정. 하루에 6달러를 내면 하루동안 버스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 버스에 올라타 곧바로 버스기사에게 요청해서 끊을 수 있으나 거스름돈 없이 딱 맞는 현금을 가지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홈메 언니가 말해준 팁.





Art Gallery of Greater Victoria



크지 않은 규모지만 알차게 전시가 잘 준비되어 있었다. 캐나다, 중국, 아랍 미술이 세션별로 나뉘어 있었는데 같은 공간에 각기 다른 매력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우리나라 전시에서는 보통 일렬로 쭉 전시하는데 한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려고 한 배치가 인상적이다. 또 어떤 액자에 넣느냐에 따라 그림이 확 살아나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친구랑 같이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각자 다른 소감이 감상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나에게는 그렇게 특별하지 않았지만 언니는 나무에 새겨 찍어낸 그림에서 (나는 보지 못한) 예수 십자가와 천사 구름 등 여러 가지를 발견하고 그 구역을 제일 마음에 들어 했다.






Blue Fox Cafe



갤러리와 가까운 곳에 브런치를 먹으러 갔다. 조명이 밝지 않아 내부가 외부보다 약간 어두운 것을 좋아하는데 여기가 딱 그랬다. 에그 베니 종류가 유명해서 하나는 베이컨, 다른 건 소시지로 두 개를 주문했다. 위에 올라간 노란 소스가 담백하고 맛있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양이 너어무 많다는 것이다. 빵도 밀도가 높고 감자도 큼직하게 깍뚝 썰려서 몇 개만 짚어 먹어도 배가 찼다. 하나를 먹고 나머지는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아서 싸왔다. 한 접시에 세금까지 거의 2만 4천원 돈이니 그대로 두고 나올 수 없다. 박스는 요청하면 별도의 추가요금 없이 주신다.





Ogden Point Sundial



느긋하게 나선 터라 벌써 해가 저물어간다. 언니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곳을 소개해주겠다며 나를 이끌었다. 버스를 30분 정도 타고 어느 항구로 나를 데려갔는데 구글맵으로 보면 우리나라에 있는 항구와 등대와 비슷해 보이지만 등대로 이어지는 다리 옆에 쌓인 둑이 큰 바위로 이루어진 것이 특이하다. 바위 위를 걸을 수 있도록 해놓는데, 물론 바람과 파도를 잘 보고 갈지 말지 판단해야 한다. 바위 둑 위를 걸으면 파도가 다리에 부딪리고 큰 바위 사이에 물이 요동치면서 파도 소리가 희한하게 들린다. 이 오묘한 매력이 있는 곳.


위쪽 바위에 걸터앉으려니 바위가 젖어서 망설이고 있었다. 언니가 갑자기 패딩을 벗어 바위에 깔았다. 안에는 무려 반팔을 입고 있었는데! 내가 왜 이렇게 다정하냐고 난 서 있으면 된다고 했지만 결국은 나란히 앉았다. 한국에서는 불법인 대마초를 파는 언니, 대마초가 어떻게 생긴 건지, 어떤 느낌인지 자세히 설명줬는데 미지의 영역에 발을 살짝 담갔다 뺀 기분이다. 그래도 다른 강도 높은 마약은 안 한다는 뚝심이 귀여웠다. 나도 언니를 믿는다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공개적으로 쓰기 어려운 핫한 말도 많은데 그건 머릿속에 간직하는 걸로.


언니는 여름이면 이곳 아래쪽 바위에 앉아 다리를 바닷속에 넣어두고 쉰다고 했다. 상상만으로도 싱그러운 여유가 느껴진다. 여름에 빅토리아를 온다면 나도 꼭 따라서 해보고 싶다.







어느새 해가 졌다. 오늘은 저녁에 비가 온다고 했는데 이슬비가 조금씩 내렸다. 어두워진 길로 집에 가려니 무섭고 낯설어서 발걸음이 빨라졌다. 저녁은 먹다 남은 에그베니를 사천 짜파게티랑 마저 먹었다. 릭이랑 타미가 한 젓가락에 맵다고 호들갑 떠는 모습에서 문화 차이를 다시금 느꼈다. 요 며칠 느끼한 음식을 먹어서 매운 음식이 당겼는데 다시 며칠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