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캐나다에서 보낸 새해 이브

by 또랑


긴 비행을 마치고 밴쿠버 공항에 내렸다.



얼마 전에 선물 받은 꽃이 활짝 폈다. 아쉽지만 화병에 물을 버리고 예쁘게 말라있기를 기대하며 집을 나섰다.



올해 받은 가장 귀여운 선물, 페레로로쉐 리스! 인천공항 가는 버스에서 잘 먹었다. 부산에서 인천공항으로 한 번에 가는 버스를 찾으면 케이버스를 검색해 보시라. 올라가다가 쉬어간 구미 휴게소에 내리니 공기가 찹찹했다.



여유 있게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도넛을 하나 먹었다. 한창 달달한 게 당길 나이.



장시간 대한항공은 처음 타보는 데 편안하게 잘 타고 왔다. 탑승전이 이어폰을 나눠주는데 볼 수 있는 영화가 꽤 많다. 소감을 간단히 풀어보자면,


Sound of metal

청각 장애인이 된 드러머, 청각장애인을 위한 마음 수양 시설에 들어간다. 장애인이 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루벤에게 준 두 가지 제안이 인상 깊었다. 다섯 시에 일어나 커피를 준비하고 글을 쓰도록 하는 것. 매일 작은 성취를 하며 뿌듯함을 느끼고, 무엇이든 글을 써 내려가며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 힘든 시기를 겪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일 것 같다. 올해는 새해를 맞아 나에게도 온전히 나를 위한 매일의 작은 과업을 만들어 주어야겠다.


Nonna

이탈리아 할머니들이 요리하는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이야기. 요리는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추억이 담긴 것이며, 사랑과 가족을 상징한다는 메시지가 따뜻하게 다가왔다. 엄마의 편지를 열어보지 못하다가 나중에 펼쳐본 편지에는 어렸을 적 즐겨 먹었던 음식의 레시피들이 있었다. 나의 추억의 음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 생각해보게 한다. 나도 끼니를 때우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배와 마음을 모두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지.



밴쿠버 공항에서 빅토리아 경유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리즈 도넛을 하나 먹었다. 코코넛 크림 도넛, 많이 달지 않고 맛있었다! 음, 크리스피도넛과 던킨의 올드훼션드를 섞은 식감쯤 되는 것 같다.



빅토리아 공항까지 비행시간은 15분 정도, 정말 눈 깜빡하니 도착했다. 가족들이 어떤 사람들일까 너무 궁금하고 긴장되었는데 엄청 유머러스한 아저씨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야기하면서 차로 이동하니 20분 정도 걸렸다. 사실 집이 매우 매우 정돈이 안 되어있었다. 내가 지낼 이 공간만 깔끔하게 치워주신 느낌. 하하 지난 호주에서의 경험도 그렇고, 큰 집은 관리하기가 어려운가 보다.



집에 놓인 아주 큰 트리를 처음 보았다. 사진으로 보던 트리를 직접 보니 더 커 보였다. 내 키만 한 트리를 어떻게 다 꾸몄을까.



루시라는 큰 개도 함께 살고 있는데 처음에는 나를 향해서 큰소리로 짖고 달려들어서 무서웠는데 간식 몇 개 주니 친해졌다.



아주머니가 쇼핑을 다녀오시더니 내 선물이라며 초콜렛을 사 오셨다. 빅토리아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여기 오기까지 많이 고민했는데 걱정이 싹 가셨다.



이곳은 아직 12/31일이다.

새해 전 날 파티 겸 요리를 도왔다. 아주머니는 정말 큰 손이다. 누가 다 먹을까 하는 과자와 재료를 잔뜩 사 오셨다. 크림치즈와 파마산 치즈, 마늘 등을 섞어 표고버섯 안을 채워 오븐에 구운 요리를 하나 완성하고,



크래커에 찍어먹을 크림치즈와 사워소스, 토마토 베이스, 새우, 파 등으로 소스를 만들었다.



닭을 손질해서 칠리소스, 바비큐 소스 두 종류를 발라 오븐에 구워냈다.



각종 선반과 집구석이 먹거리로 가득 차 있는데 우리 집보다 한국 음식이 많다. 비빔면, 짜파게티는 물론이고 아래 보이는 쌈장과 찰깨빵 믹스…



있는 건 마음대로 먹고, 배고프면 네 탓이다는 명언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If you are hungry, it’s your fau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