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교장실은 처음이지?
대부분의 학교는 여름 공사 같은 큰일이 있어 초장기간 여름 방학을 가지지 않는 이상 3월 2일부로 학기를 시작한다. 당연히 3월 1일까지 학교에 학생이 없으니 학교도 쉬고 교사도 쉴 거라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다.
발령받은 학교에서는 전체 출근일을 정해 방학 중에도 등교해 학기를 준비할 시간을 가졌다. 학교에 도착해 이곳저곳 헤매다 교무실에 들어서니 교감 선생님께서 환대해 주셨다.
"새로 오신 선생님이시군요. 반가워요. 신규 선생님들 다 모이면 교장 선생님께 인사드리러 가죠. 여기 앉아서 기다리세요."
교감선생님께서 안내해 주신 곳을 보니 척 봐도 신참 티가 풀풀 나는 얼어붙은 신규들이 잔뜩 긴장한 채로 불편하게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신규 선생님의 옆자리에 앉자 선생님들은 옅은 미소를 띠며 화답해 주셨다. 10분 정도 흘렀을까. 교감 선생님께서는 남자 3, 여자 1명인 신규선생님을 교장선생님께 데려가셨다.
초, 중, 고를 통틀어 교장실에 들어갈 일이 얼마나 될까. 다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문을 열고 들어서자 교장 선생님께서는 크고 널찍한 의자에 앉아 웃으며 우리를 맞아주셨다.
"아! 새로 왔다는 신규선생님들이시구먼!"
사람 좋아 보이는 교장선생님께서는 앞쪽 소파에 얼른 앉으라며 손짓하셨고 천천히 질문을 이어가셨다. 어느 대학교를 나왔는지 나이는 얼마인지 군대를 언제 갈 것인지 따위를 물어보신 걸로 기억한다. 남자 셋 중 둘은 이미 군대를 다녀온 상태였는데 그 말을 듣고 교감 선생님께서 진심으로 기뻐하시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교육 대학교 남학생들은 보통 학교 4년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온다. 다른 남자분은 나보다 한참 형이셨는데 다른 대학교를 다니다 오셔서 이미 군필이셨고 나 또한 뭔 이유가 따로 있겠어~ 싶은 마음에 2학년을 마치고 다녀왔다. 당시에는 이유를 몰랐는데 경력이 좀 차고 나니 왜 그렇게 교감선생님께서 좋아하셨는지 알게 되었다.
만약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다면 근무 중에 군대영장이 날아오게 되는데 이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온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군대에 가야 하는 선생님께서 담당하시는 반, 담임교사가 비게 되는데 그 공백을 교감 선생님께서 채워 넣어야 한다.
교육청에서 아예 새로 발령을 내어 신규 교사가 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일정기간 동안 반을 담당해 주실 기간제 선생님을 구해야 하는데 시골은 그게 굉장히 힘들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는 게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든 무안의 한 초등학교 교사든 급여는 똑같다. 하지만 인프라가 다르고 심지어 이곳은 인프라도 전무하다시피 적은데 주거비와 교통비도 어마어마하니 사람 구하는 것이 최고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여하튼 두 명이 학기 중에 빠질 가능성이 없으니 얼마나 좋으셨을까. 교감 선생님의 밝은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가벼운 질답을 마친 후에 우린 담당할 반으로 안내받았다. 나는 6학년 2반 담임으로 여자 선생님은 1학년 1반 담임으로 남자 두 분은 체육, 영어를 할당받았다.
텅 빈 교실에 들어서니 그제야 내가 교사가 되었다는 게 실감 났다. 학기 시작할 준비를 하라 하셨는데 뭘 알아야 준비를 하든 말든 할 것이 아닌가.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창의성을 발휘하라는 것과 같달까?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책상 정렬을 맞추고 분필은 충분한지 컴퓨터와 티브이는 잘 작동하는지 그런 것들을 살펴보고 너무 할 것이 없어 의자를 이어 붙여 그 위에서 누워 잤다. 정말 돌이켜 보면 MZ니 뭐니 욕할 게 하나도 없다. 나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