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딩거의 조직관계(1/?)

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by 캐슬

저번 화에서 체계가 없음을 다루었는데 이 조직은 정말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TV나 유튜브를 보다 보면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외국의 초일류 IT 대기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가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있다고 한다.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자유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는 강압적인 상명하복 분위기가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 대기업을 다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때, 대기업은 상명하복으로 인한 강압적 분위기가 있을지언정 탄탄한 체계가 확립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몇몇 뛰어난 사람의 능력으로 회사가 굴러가는 것이 아닌 일련의 과정과 오랫동안 구축된 체계로 회사가 운영된다고 들었다.


외국의 대기업도 수평적 구조의 긍정적인 부분만 강조해서 그렇지 분명 그 속에 많은 에러사항이 발생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크게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도 너무 많은 사람이 의견을 내어 해결이 지연된다던지. 업무적인 부분이 아닌 인관관계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많은 사람을 교정할 사람이 없다던지. 아니면 연차를 고려하지 않고 골 때리는 업무가 주어진다던지 하는 그런 문제 말이다!


세상만사가 그런 법이다. 뭐든 다 좋을 순 없다. 좋고 나쁨의 총점을 100점으로 두고 좋은 게 50 밑이면 힘든 곳이고, 50점 넘으면 있을 만한 곳, 60점이 넘으면 괜찮은 곳, 70점 넘으면 낙원 아니겠는가? 나는 100점짜리 완전 무결한 곳을 찾는 게 아니다. 근데 이 조직은 구조는 수평적이나 분위기가 수직적이다. 말이 되는가? 온정주의로 인해 마음 약한 몇몇의 능력자들을 갈아 넣으며 돌아가는 이곳은 때때로 두 가지 조직문화의 단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아! 설명하기 앞서 이곳의 조직 구조는 의외로 굉장히 수평적이다. 교감/교장 선생님(관리자) 각각 1분씩 2분을 제외하면 모두 똑같은 "교사"다. 물론 직책이 주어지기는 한다. 교감 선생님을 도와 학교 일 대부분을 관리 및 처리하시는 교무부장님, 그리고 학교의 교육과정 수립 및 교무부장님과 학교 일을 도맡아 하시는 연구부장님이 있다. 거기에 각 학년의 일을 수합하고 처리하는 학년 부장 선생님이 계신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 분들은 교사지. 관리자가 아니다.


텍스트로 잘못 전달될 수 있어 말하건대 절대 그분들을 비하하거나 비꼬는 말이 아니다. 그저 사실을 말하기 위한 일련의 준비과정일 뿐이다. 실제로 나는 저 직책을 도맡아 하시는 분들을 굉장히 존경한다. 그러면 도대체 뭐가 문제냐? 서론이 길었는데 이제부터 천천히 문제에 관해 서술해 보겠다.


일단 첫 번째로 꼽을 문제는 아무것도 모르는 루키가 학교에 적응할 시간이 없다. 나는 무엇보다 이게 가장 의문이다. 대체 이 조직이 어떻게 여기까지 별문제 없이 왔을까? 아니 어떤 일을 해도 일정기간 동안 허드렛일을 하며 직장에 적응할 시간을 주거나 사수가 붙어서 할 일을 이것저것 알려주는데 여기는 그냥 신규든 기존에 있던 교사든 개학하면 모두 1인분을 해내야 한다. 담임으로서 한 반을 운영해 나가고 학교에서 주어진 업무를 수행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3월 2일 개학 하루 전 날, 나는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흔한 대학생 1이었는데 오늘 한 반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한 사람 몫을 해내야 한다. 하루아침에 학생에서 사회인으로서 네 1인분을 해내! 하며 등을 떠미니 어안이 벙벙하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게 가장 힘들었다. 1인분을 해내기까지 탈도 많았고 스트레스도 어마어마했다.


물론 사회인이니 당연히 수업하고 공문도 작성해 내며 자기 역량을 길러야겠지만 처음부터 감당하기 힘든 과제를 주기보다는 한 학기 동안 학교에 출퇴근하며 공문 작성 방법도 배우고 보결수업(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학교를 나오지 못한 선생님의 수업을 대신 들어가는 것)에 한두 번씩 들어가며 감을 익히는 게 좋아 보이는데 어째서 이런 최악의 방법을 택하는지 의문이다. 아마 예산 때문 일 거라 생각한다만 합리적인 선에서 얼른 바뀌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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