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 아픈 유토피아(2/?)

온정주의 X 수평적 조직관계 환장의 콜라보

by 캐슬

이 조직의 두 번째 문제점을 꼽자면 직급의 부재(관리자 제외)와 그에 따른 업무 배정 기준 부재 및 인센티브 부재(환장하는 콜라보레이션)라 생각한다. 어딜 가나 보통 중요하고 어려운 업무를 직급이 높은 사람이 도맡는다. 사실 이건 생각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이야기다. 중요한 업무는 어긋났을 때 사달이 나고 어려운 업무는 신입이 처리하기 힘들 게 뻔히 보이지 않는가?


그런데 이 조직은 앞서 말했듯이 직급의 부재로 인해 평교사끼리는 엄연히 말해 동등한 위치에 서있다. 경력 20년 차 교사나 경력 2년 차 교사나 관리자가 아닌 이상 직급은 동등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업무를 배정할 때 같은 선상에서 업무를 배정한다.


NN연차랑 N연차를 똑. 같. 은 선상에서!


이러한 이유로 한 번씩 신규가 혼자 처리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어려운 업무를 맡게 되거나 혹은 굉장히 까다롭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큰 업무를 배정받게 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물론 이런 일이 흔히 일어나지는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보통 마음 약하고 능력 있는 선임 교사가 힘든 업무를 꾸역꾸역 참으면서 해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능력 있는 선임교사들. 교무부장, 연구부장, 학년부장 그리고 업부무장님들(방과 후, 과학, 체육, 생활 등등) 이 분들은 같은 교사지만 근무강도가 아예 다르다. 평일 정시에 퇴근하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일이 많고 출장도 잦으며 골치 아픈 일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그런데 이런 직책을 맡는다고 해서 승진 가산점 외 유의미한 인센티브(월 7만 원을 부장수당으로 지급했다.)가 주어지지 않는다. 일도 많고 민원도 자주 받는 봉사직인데 월 7만 원 더 받자고 누가 자진해서 하려 하겠는가. 그 돈이면 계원들 일 시키면서 사주는 커피 값이 더 나가겠다.


이런 기형적인 학교 실태를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생각에는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직급체계를 좀 더 세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내에서 직책에 관한 업무는 과하게 주어지는데 그에 비해 인센티브가 너무 가볍다 못해 미미한 수준이다. 인센티브를 유의미한 수준으로 강화해 추가 업무에 관한 충분한 보상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직급 체계를 더욱 세분화하여 까다롭고 어려운 업무를 노련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하고 싶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승진의 문이 바늘구멍보다 더 좁아진 현 사회에서 형편없는 인센티브와 승진가산점은 이제 무의미하다. 온정주의식, 몇몇의 희생에 기대어 학교를 운영하는 폐단은 더 이상 지속되기 힘들 것이 분명하다.


한 가지 더, 날이 갈수록 학교가 복잡해지고 송사와 민원이 늘기만 하는데 어렵고 까다로운 일을 경력이 낮은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병폐와 악습은 교육 현장 발전 아니 보전을 위해 반드시 고쳐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과연 신규들의 퇴사 러쉬를 막을 수나 있을까? 아마 그러지 못할 거다.


마지막으로 나 또한 경력은 짧지만 더 짧은 사람들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 가지 않도록 언제든지 어려운 업무를 도맡을 수 있는 능력자가 되어야겠다. 그저 투덜이에서 끝나면 너무 없어 보이지 않는가?(지금 학교는 너무 커서 제가 나설 자리가 없습니다...)


PS. 이번 연도 학교 부장들에게 주어지는 부장수당과 담임교사를 맡았을 때 받는 담임교사 수당이 인상되었습니다. 부장수당(월 7만 원->15만 원) 담임수당(월 13만 원->20만 원) / 사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아니다만 교육 현장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교육부. 대한민국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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