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지마! 정신줄!
교사 생활을 시작하기 전, 교사는 가르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교직에 몇 년 있다 보니 이제야 깨달았다. 교사를 축약하자면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가르치는 것은 업무의 일부분일 뿐 전부를 대표할 수 없다. 내 주관적인 관점에서 교사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교사는 한 반을 운영하는 사람, 더 나아가 학교 운영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정말 가르치는 것 외에 해야 할 일이 엄~~ 청나게 많다. 때때로 가르치는 것보다 업무가 더 많을 때도 종종 있다.
여기서 말하는 업무라 함은 문화, 정보, 과학, 생활, 돌봄, 방과 후, 체육 등 학교에서 행해지고 있는 전반적인 일들을 계획하고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코흘리개로 학교 다닐 때는 알지 못했다. 이게 누구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그런데 이제 그걸 해내야만 했다.
처음으로 발령받은 학교는 13~14 학급 정도가 있는 소규모 학교였고 나는 6학년 담당이었다.
그 해는 정말 일복이 제대로 터졌다.
학년 중에서 6학년이 가장 기피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건 사고가 크게 터지는 것도 문제지만 단순하게 업무량으로만 따져봐도 할 일이 엄~청 많다. 수학여행 및 현장 체험학습도 자주 가야 돼.(주말에 사전 답사 가야 된다. 휴일 반납이요~) 응급수영 때문에 수영장도 가야 돼.(1~2학년은 교실 수업으로 대체. 이것도 1주 내내 간다.) 졸업 앨범도 찍어야 돼.(앨범 단가 맞춘다고 여기저기 알아보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린다.) 애들 중학 입시 서류도 써줘야 해. 졸업식 준비도 해야 해. 6학년 담임이라 들어야 하는 의무연수(출장필요)도 종종 있다. 6학년은 반 운영 자체로 일이 상당하다.
설상가상으로 학교급도 작아서 업무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학교 시스템이 다른 곳과는 조금 다르다. 만약 교사가 20명 있는 중소규모 학교 일 총량이 10 정도라면 교사가 100명 있는 대규모 학교 일의 총량은 30~35(?) 정도라고 보면 된다. 학교가 크면 클수록 교사 한 사람이 맡는 업무 몫이 작아지고 학교가 작아질수록 여러 업무를 맡아 업무부담이 눈덩이 굴리듯 불어난다. (나는 시골 소규모 학교 당첨~)
당연히! 정시 퇴근은 꿈도 못 꾸었고 매일 같이 나머지 업무를 했다. 6시가 되면 수위 아저씨께서 문 잠가야 한다고 나가라 하시는데 그때 같이 퇴근해 집에 도착하면 현관에서 철퍼덕 엎어진다. 한 10분 정도 흐느적거리다 대충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고 한숨 잔다. 수면보다는 기절에 가까웠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 한 9~10시쯤 느지막이 깨서 못 마친 업무도 하고 내일 수업 준비도 한다. 그러다 보면 새벽 1~2시 수면의 질이 빵점에 수렴해 반쯤 고장 난 몸을 억지로 일으킨 후, 카페인에 기대어 어찌어찌 하루를 끝마치곤 위의 일과를 반복한다. 이런 악순환의 반복을 한 3개월 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점점 피폐해지는 걸 실감했다. 실제로 살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빠졌던 걸로 기억한다.
대충 이런 느낌에서 3개월이 지나면
요렇게 바뀐다.
진짜~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은 못하겠다! 싶을 때 신기하게 방학을 한다.
우스갯소리로 날이 더워 학생들이 수업 듣는 게 힘들어서 방학을 하는 게 아니라 방학이 없으면 교사들이 버티질 못하니까 방학을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기가 막힌 타이밍에 방학을 한다. 물론 방학 때도 마냥 노는 게 아니다. 출근도 해야 하고 연수도 들어야 하고 방학 프로그램도 돌려야 해 생각보다 할 일이 많다.
그래도! 학기 중보다 100배, 1000배, 10000배쯤 낫다고 보면 된다. 심적 부담감이 학기중과 비교할 수가 없다.
그렇게 방학이 끝나고 나면 이랬던 사람이
개학하면 요렇게 바뀐다.
이걸 두 번 반복하면 한 해가 끝난다.
교사는 참 낙차가 큰 직업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