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 속에서(1)
"고"라고 시작하는 단어는 여러 가지가 많지만 높을 高, 외로울 孤가 있다. 내가 만난 불안이는 고요 속에서 더 많이 찾아냈다. 요즘 1인가구 청년, 5060 중장년 등등 고립감이 심화되어 고독사예방이라는 주제가 뜨거운 감자이다.
엄마아빠라는 울타리 속에 35년 동안 자라다 보니 집에는 항상 누군가 함께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비해 남편은 15년 이상을 혼자 일상을 지내왔다. 혼자 일상을 지내다 보니 외롭고 쓸쓸한 고독이라는 감정을 나보다 더 익숙해하였다.
집에 혼자 있으면 무기력하는 기분을 잘 탔다. 장마기간 때에는 축 처져 있어서 운동은 필수하고 기분도 온종일 다운된다. 또 느끼지 말아야 할 "꼬꼬무"는 나의 머릿속에 꽉 붙어 있는다.
"E"MBTI처럼 에너지가 밖에 있어야 충전되는 성향이라서 집순이 체질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내가 결혼생활을 하면서 크게 느껴진다. 고요하고 집안에 혼자 있으면 첫 감정이 드는 건 쓸쓸, 외로움, 싸늘 이런 감정을 마주한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통화하거나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조금씩 풀린다. 남편은 교대근무라 집에 항상 있지 않기에 감정이 강하게 느껴지기 쉽다.
내가 잠에서 일어나면 혼자 출근준비를 하고 남편은 꿈속에 있다. 퇴근하면 남편은 회사에서 2틀밤을 지새운다. 돌아오면 남편은 집에서 쉬고 있고 수면중이면, 난 회사에서 상사분께 신나게 혼나고 있거나 땀을 흠뻑 젖어서 빼곡한 인파가 있는 지하철 승강장 틈사이를 빠져나온다. 빈털털이가 된 호주머니처럼 살아있는 영혼이 빠져나오면 그제서야 남편은 나를 꼬옥 안아준다.
저녁시간을 지새우고 그다음 하루가 지나면 또 일상패턴이 비슷하다가 이틀 째 비슷한 날 주간이 되면 갑자기 톡이 온다.
"약속이ㅠ있어서 만나고 올께" 꼭 퇴근 시간때 연락이와서 퇴근이 가져다주는 기쁨을 잠시 상쇄시킨다. 내마음이는 이렇게 답장을 한다.
"사실, 나 같이 먹을 음식이 있어서 그거 먹자고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표정이 갑자기 어두어지지만 동료들에게 분리불안같은 푸들 강아지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이건 남편이 알지못하는 일화이지만 반찬가게에서 울면서 신혼인데 내 마음을 알지못한다고 외치며 서운함을 반찬가게 아주머니에게 호소했다. 집에 돌아가기전에 이렇게 답했다. 또 급약속이 생겨서 혼밥하게 되면 사러올게요."
혼자 스스로 잘 만나는 사람이 고독함이라는 단어를 무시하고 지내야 하는데, 답답함이 가중된다. "홀로서기를 위한 심리학"책을 어제 잠깐 읽었다.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이라는 배경 속에 자란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일어서기가 잘 되지 않는다는 약간의 주장이 담겨있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과 홀로 살기라는 말은 다른 언어이지만 연결고리 있는 단어이다. (그렇다고 나는 외로워서 결혼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서로의 일상패턴을 맞추고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혼자 일상을 지내는 것들이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고민해 본다.
그래도 혼자 있을 때엔 역시 외롭다. 내 시야 주위에는 항상 같이 걷는 부부가 보이고 한없이 행복해 보이며, 정신 차려보면 결혼전이나 지금이나 그 옛날 학창 시절이나 크게 다름없는 외로움이다. 언제쯤 불안한 감정도, 외로운 고독한 감정도 없어지고 말끔히 말할 수 있을까?
"난 단단해서 전혀 1도 외롭지 않아, 불안하지도 않고 평온해! 항상 나로서 채워진 느낌이 나서 행복해!" 이렇게 외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 아파트 단지 주민 중에서 과연 몇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