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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저널 May 10. 2022

해방을 반납한 수험생

나만의 해방일기 10일 차



피로도가 높이 쌓인다.


의욕과 욕심은 많은데 피곤해서 잠이 계속 쏟아진다. 잠을 서너 시간만 자고도 하루 일과를 너끈히 해내는 나였는데 아직도 청춘이라 믿고 싶나 보다. 체력은 이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잠을 좀 더 자야 했다. 퇴근 후 저녁시간 공부는 1시간 이상을 집중하기가 힘들다. 버티다 포기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면 다음날 새벽 일찍 잔 시간만큼 일어날 계획이었다. 습관적으로 일어나는 것인지 평소랑 2시간 일찍 잤는데도 같은 시간에 일어났다. 


인정하자.


잠을 이겨내기보다 깨어있는 시간에 좀 더 집중해 보기로 하자.





부동산 개론의 수요 법칙에 대해 공부했다. 


수요곡선은 우하향이고 공급곡선은 우상향 그래프이다.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만나는 점에서 균형 가격이 형성된다. 수요량의 법칙과 수요의 법칙은 다른 것이다. 수요량의 법칙은 가격이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수요량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낮아지면 집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수요량의 법칙은 가격요인에 따라 수요곡선 위에 있는 점이 곡선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다.


수요의 법칙은 가격효과나 대체효과로 수요곡선 전체가 이동하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외에 도시의 인구 유입이나, 대출이자의 하락이나 정부의 부동산 규제의 완화 등으로 수요곡선 자체가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가격 이외의 요인으로 수요가 달라져 수요 곡선 자체가 이동하는 것을 가격 효과라 한다. 대체효과는 빌라나 오피스텔 등의 가격이 상승하면 아파트의 수요가 대체재로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을 설명하는 모니터 화면을 보자 나의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벌써 30년 전이다.


정치 경제 과목이 있던 고등학교 시절이 아니었다. 경제공부는 대학 경제원론 시간에 처음으로 수요공급곡선을 배운 것 같다. 경제원론 과목이 1학년 교양과목이었는데 중간고사 성적을 F학점을 받았다. 시험 전날 선배의 꼬드김에 넘어가 <서편제> 영화를 보러 갔다.  대학 첫 시험인데 공부를 전혀 안 하고 시험지를 받았다.  상당히 무모한 도전이었다. 고등학교의 객관식 문제나 단답형 주관식 문제가 아닌 그야말로 답안지가 B4 갱지에 있는 지식을 그대로 쏟아 적는 논술형 시험이었다. 커다란 시험지에 두세 줄 끄적거린 답지가 자존심이 상했다. 과감히 조교에게 시험지 한 장을 더 요청했다.


다음 학기에 뵙겠습니다.
교수님

© homajob, 출처 Unsplash



중앙에 떡하니 패기 있게 다음 학기에 뵙겠다는 메모를 남기고 백지 시험지를 냈다. 그땐 그런 행동들이 학창 시절의 낭만이고 젊음이라 생각했다. 고3까지 집과 학교밖에 모르고 숨 막히게 공부했다. 대학 첫 입시는 원하는 곳에 들어가지 못했다. 1년을 재수생으로 학생도 사회인도 아닌 주변인으로 살면서 나의 미래는 늘 불안했다. 소속 없는 신분으로 창살 없는 수험생 감옥을 죄인처럼 악으로 버텼다. 숨소리도 내지 않고 아파도 힘들어도 내색조차 할 수 없었다.  마침내 다음 해 대학 합격 통지를 받았다. 처음엔 실감이 안 나서 한동안 멍했다. 그리고 소리 내서 펑펑 울었다. 꿈에도 원하던 대학입시의 합격이 그동안의 억압과 설움에  모든 것을 보상시켜준 해방이었다.




대학의 합격이 인생의 성공은 아니지만 내가 사회인이 되었을 땐 나름의 프레임이 되었다. 사회적으로 보는 시선도 나쁘지 않았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대학 졸업장은 색 바랜 증서가 되어버렸다. 세월이 흘러 나의 아이들도 대학 입시를 치르는 시간이 왔다. 더 이상 학벌은 내가 속한 사회를 뚫고 나가는 유일한 탈출구가 아니다. 더 다양해지고 더욱 치열해졌다. 디지털화되고 새로운 경제 개념이 생기고 글로벌화가 되고 메타버스가 생기고 NFT 블록체인화 기술 등 전문가들은 여기저기서 계속 태어난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계속 생성되고 있다.



난 다시 수험생이 되어 땅을 배우고 건물을 배우려 한다. 부동산이 자산이 되고 부를 키워 경제적 자유를 누리려 한다. 부동산 공부는 30년 전에도 60년 전에도 잉여 생산물이 발생하던 인류 초기부터 이미 부의 자산이었다. 다시 자유가 된 해방의 길에서 스스로의 수험생 감옥에 들어간다. 이전의 수험생과는 다른 마인드이다. 악으로 버티는 것이 아니다. 나는 부의 추월차선으로 가는 과정을 즐기려 한다.

다시 찬란한  해방을 누리기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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