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것없던 남편의 출판사는
번역 아이템이 히트를 쳤고
덕분에 지명도 높은 출판사 대열에 올라 유명 작가와의 작업도 그야말로 대박이 나서 몇 번 베스트셀러도 되기도 했으니
결과적으로 남편은 성공한 출판인이 되었다.
하지만 은퇴하면 고향으로 갈 결심은 늘 다지고 있던 참에 이제는 늙어 쇠약해지신 부모님 곁으로 가고 싶어 했고 시부모님도 그래 주기를 바라셨다. 당연히 아들과 함께 살고 싶으시겠지, 이때껏 당신 아들 차지하고 살았는데 차마 안 된다 할 수 없어 그러라 했다.
"어머니 모시고 우리 고향으로 가면 어떨까요, 우리 다 같이 살아도 될 거 같은데."
또다시 남게 될 엄마와 나도 걸리겠지. 남편의 조심스러운 제안에 우리 걱정은 하지 마라고 했다.
그렇게 귀향이 결정되자 출판사 경영권도 주저 없이 넘겼다.
그리하여 우리는 각자의 부모님을 돌보느라 생이별 신세로 살고 있다.
그보다 몇 년 전
큰 딸이 교포와 결혼해서 미국으로 이주했고
뒤이어 작은 아들은 더 공부해야 한다며 누나네 집에서 얹혀살고 있다.
하나씩 빈자리가 생길 때마다
허전함은 이를 데 없이 휑하다가
다시 그러려니 익숙해지다가
이제 같이 늙어가는 세 사람 똘똘 뭉쳐 살겠지 했으나
결국 우물 같은 집에 엄마와 단 둘이 남게 되었다.
사람은 그런 건가 보다.
각기 제 삶의 여정에서 겹치는 시간에 함께하다가
어떤 이유로든 그 시간이 끝나면
홀연히 제 갈 길로 가는 인생.
그럼
이렇게,
이토록 긴 여정이 겹쳐있는 엄마랑 나는 뭐야?
포개면 어긋남이 없는 두 개의 삼각형처럼
대응하는 시간과
삶의 내용이 같은
합동관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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