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기도 해라, 고운 손님 같아.
근데 우리 엄만 뭐 하시나, 꼼짝을 안 하시네.
큼직큼직 함박눈이 오시는데 아침엔 뜨끈하게 떡국을 끓여 먹어야지.
“엄마!
방문을 열었다.
한껏 부풀어 있던 방에서 화학적인 공기가 훅 달려든다.
이게 무슨 냄새야, 코가 먼저 당황했고
눈이 기겁을 했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엄마!”
무슨 맨날 하던 것을 하는 것 마냥
웃옷을 홀랑 걷어 올리고는 명치에 새빨간 매니큐어를 칠하고 있다.
“엄마, 뭐 하세요?”
“언니, 나 여기가 아파. 이상하게 쑤시고 뜨거워. 그래서 약 바르고 있어.”
언니라고?
다리에 힘이 풀린다. 몸의 기운이 스르르 아래로 가라앉는다.
털썩 주저앉았다.
말간 얼굴, 나를 언니라고 하는 엄마의 눈동자엔 내가 담겨있지 않다.
나를 향해 있지만 나를 보지 않아 공허함만 가득하다.
엄마 마음속 주머니의 내용물이 기어코 배어 나오는구나.
두려웠고 설마 아니겠지.
복잡한 마음에 눈물은 아직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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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