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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ing solo May 11. 2024

<관계 재설정>

〔소설〕Dear my Sorrow 2


“은아, 엄마 어쩔 때 좀 무서워져.”

“뭐가요?”

“내가 이렇게 늙어 같고 노망 나서 우리 딸도 못 알아보고 그럴까 봐. 죽는 거보다 그게 더 무서워.”

“아냐, 엄마. 엄마는 맨날 저 텃밭의 꼬물이들이랑 놀고 일도 많이 하고 그래서 그런 일 없을 거야. 그리고 만에 하나 그런 일 생겨도 내가 엄마를 안 잊어버리면 되지. 내가 엄마 꼭 붙잡고 있을 거니까 걱정 마요 엄마.”


그러나 엄마는 정신을 놓으셨고

시간을 거슬러 완이랑 내가 중학교 다니던 그때,

새끼들 밥 해 먹이고 옷을 곱게 빨아 입혀 내 보내며 행복해하시던 그때를 사신다.

그 와중에 엄마에게서 나 어디로 간 걸까.

은이는 궁금해 하지도 않으신다.


당신 보다 나이가 더 많아 보이는 나는 감히 엄마라 부를 수 없게 되었고

나에게 엄마는 미자 씨고

엄마에게 나는 언니가 됨으로써

엄마 나름의 논리로 우리의 관계는 정연하게 되었다.


엄마의 시선에는 아무것도 담기지 않아 헛헛했고

말씀으로만 아들을 찾으신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들은 늘 학교에 가 있거나

야자를 하거나

수학여행 중이거나

시험공부 때문에 너무 바빠서 엄마를 볼 새도 없이

일찌감치 등교하거나

밤늦은 시간에 왔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엄마는 정신을 놓으신 후에도 문 밖 외출을 안 하신다는 것.

굳이 안 나가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 여기만 있어야지 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엄마의 의식 속에서 대문 밖 세상은

까맣게 지워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의 존재 자체가 엄마의 의식 속에서 사라져 버렸으므로

엄마는 세상과 완벽하게 무관한 사람이 되었다.


궁금할 것도 아쉬울 것도 없는 세상

마음에 담을 것도 말 것도 없으니

세상과 대비되어 도드라지던 엄마의 슬픔,

그것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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