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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18. 2024
<소주와 담배>
Dear my Sorrow 2
“은아 일어나, 빨랑 일어나 밥 먹어.”
얼마만이야, 빳빳하게 풀기가 느껴지는 엄마 목소리에 섞여 엄마 냄새가 난다.
맛있는 엄마 냄새.
“얼른 일어나라고.”
엄마는 방바닥에 흥건하게 녹아있는 나를
꾸역꾸역 일으켜 앉혔다.
“밥 먹어.”
“안 먹어.”
이게 아닌데, 이런 말이 내 안에 있었나. 툭 튀어나오는 말을 그냥 했다.
“왜 안 먹어?”
“먹기 싫어.”
“왜 먹기 싫어.”
“그냥.”
엄마는 뒷문을 퍽 밀어 제쳤다. 비가 오고 있었다.
비가 온다고 안 나가시지 않는데, 엄마가 웬일이지.
댓돌에 소주병들이 널브러져 비를 맞고 있었고 감추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담배 갑도 있다. 라이터도 있다.
“저게 뭐야?”
“응, 저거야.”
“은이 너 뭐 하는 거야?”
“응, 저거 하는 거야, 나도. 왜? 나는 저런 거 하면 안 돼? 다 하던 거잖아. 아버지도 했고 완이 새끼도 지멋대로 했고 엄마도 엄마 좋을 대로 다 했잖아. 나도 그러려고. 나도 이제 내 멋대로 할 거야.”
엄마 얼굴에 슬픔이 번진다. 안 그래도 차고 넘치는 슬픔이 흐르고 흐른다.
“저거 독약이잖아. 은이까지 이러면 엄마는 못 살아.”
“그래, 그렇게 해. 더는 못 사는 거 그것도 해. 맘대로.”
“엄마는 어디로 뛰어내리고 싶었어. 아무 데나. 그러면 그만이었어. 그런데 너 때문이었어. 내 새끼 은이가 있으니 그럴 수 없었던 거야. 그래서 매일매일 온 거야. 은아.”
“그런데 뭐? 지금 엄마가 나한테 협박하는 거지. 그러니 고분고분 숨죽여 살라고. 매일 어디 뛰어내리지 않고 와 주니 감사하고 고마우라고. 근데 엄마 난 그런 생각 한 번도 안 했어. 우리 엄마 다시 행복해지는 거 보고 싶어서. 우리 아버지 다시 멋있어지는 거 보고 싶어서. 나쁜 완이 새끼 돌아올 거라고 믿고 기다리면서, 우리가 옛날로 돌아가길 빌고 빌면서. 오빠가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거 같은 생각 꾸역꾸역 다 잡아먹으면서.”
엄마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