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Dear my Sorrow 2
“언니, 언니!”
“네, 미자 씨 왜요?”
아직 이른 아침인데 엄마의 호들갑이 분주하다.
“뭐 필요해요?”
“우리 아들 학교 갔어?”
“아니, 아직 안 갔을 텐데. 마루에 없어요?”
이부자리가 말끔하다. 한쪽에 있던 비싼 백팩도 안 보인다. 댓돌에 세워져 있던 명품 스니커즈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나쁜 새끼! 거침없이 욕이 나왔다. 아직은 흥건하게 젖었을 지 옷을 꾸역꾸역 쳐 입고 마르면 신는다더니 질척한 신을 신고 그렇게 알뜰하게 챙겨 니 집으로 갔냐. 간다고 번듯하게 인사하고 가면 누가 잡을까 봐 야반도주를 하냐고. 올 때는 누가 오래서 왔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술에 취해 담을 쳐 넘어오더니. 오늘 날이 개면 쨍쨍한 볕에 옷이며 신발이랑 마르겠지. 그 사이에 이름도 물어보고 넌지시 사정도 들어보려 했건만 진짜 나쁜 새끼네.
복덩이는 개뿔 그냥 개똥이다!
“미자씨 아들내미 학교 갔나 봐요.”
“아, 그렇구나. 그럼 밭에 김이나 매야겠네.”
“아니, 미자 씨 아직. 아침이고 어제 비 와서 너무 질척거려요. 해 나고 흙이 좀 마르면 나랑 같이해요.”
“응, 언제?”
“이따 낮에요. 오늘은 미자 씨 아들이 좋아하는 미역국 끓일까요?”
“그래, 그거 좋지. 소고기 듬뿍 넣고 조선간장으로 간을 해야 맛있어.”
“네, 그렇게 끓일 테니까 간 좀 봐주세요.”
“그래 한번 끓여봐.”
늘 그렇듯 엄마는 보이지 않는 아들을 기다릴 것이다. 뉘엿뉘엿 해가 기울면 아들이 왜 안 오냐고 물을 것이고 그러면 공부하느라 늦을 거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니 일찍 주무시라고 할 거고 늦은 밤에 홀랑 잠이 깨 왜 아들이 안 오냐고 또 물으시면 아직 공부하나 보다고 마음 달래 다시 주무시게 할 것이다. 내일 아침 같은 물음에 또 학교 갔다고 안심시켜 드릴 것이다.
당신의 나이도 모르고 이름도 그냥 미자 씨라고 부르니 그런 줄 아시고 당신의 달랑 하나 남은 새끼도 못 알아보시면서 그저 그런가 보다 하신다.
모든 기억을 훌훌 벗어 버리고 홀로 시간을 거슬러 아들이 열다섯, 열여섯이던 그 시절을 사신다. 거울을 보여 드리면 데면데면 누구냐고 묻지 않지만 당신일 거라고도 생각 안 하시는 듯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은 표정, 안 아플 수 없는 날것의 그리움도 아픔도 더 이상 없으시다.
길지 않을 것이 분명한 여생을 그리 사시게 됐으니 잘된 일인가. 만사에 시름없이 해맑으시긴 하다. 뿌리 깊은 슬픔에 살짝 덮여있는 웃음 또한 바람처럼 가볍다.
그러니 다행인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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