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저거 하는 거야, 나도. 왜? 나는 저런 거 하면 안 돼? 다 하던 거잖아. 아버지도 했고 완이 새끼도 지멋대로 했고 엄마도 엄마 좋을 대로 다 했잖아. 나도 그러려고. 나도 이제 내 멋대로 할 거야.”
엄마 얼굴에 슬픔이 번진다. 안 그래도 차고 넘치는 슬픔이 흐르고 흐른다.
“저거 독약이잖아. 은이까지 이러면 엄마는 못 살아.”
“그래, 그렇게 해. 더는 못 사는 거 그것도 해. 맘대로.”
“엄마는 어디로 뛰어내리고 싶었어. 아무 데나. 그러면 그만이었어. 그런데 너 때문이었어. 내 새끼 은이가 있으니 그럴 수 없었던 거야. 그래서 매일매일 온 거야. 은아.”
“그런데 뭐? 지금 엄마가 나한테 협박하는 거지. 그러니 고분고분 숨죽여 살라고. 매일 어디 뛰어내리지 않고 와 주니 감사하고 고마우라고. 근데 엄마 난 그런 생각 한 번도 안 했어. 우리 엄마 다시 행복해지는 거 보고 싶어서. 우리 아버지 다시 멋있어지는 거 보고 싶어서. 나쁜 완이 새끼 돌아올 거라고 믿고 기다리면서, 우리가 옛날로 돌아가길 빌고 빌면서. 오빠가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거 같은 생각 꾸역꾸역 다 잡아먹으면서.”
엄마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뭔 소리야 니가 뭐 어쨌다고 그런 소릴 해?”
“몰라 그냥 그런 생각이 자꾸 들어. 오빠가 나 때문에 힘들었나. 난 오빠가 그냥 좋기만 했는데, 아무래도 나 때문인 거 같아, 어떡해 엄마.”
엄마가 나를 덥석 끌어안았다. 손바닥으로 내 등을 두드리며 몸부림을 치신다. 엄마의 두려움이 등덜미로 전해진다.
“아냐 은아, 그게 무슨 소리야. 완이가 우리 은이 얼마나 사랑했다고. 오빠 하는 거 보면 몰라? 아냐 불쌍한 내 새끼, 그런 생각하면 안 돼. 엄마가 잘못한 거야. 아버지한테 혼나고 매 맞을 때마다 말렸어야 했나. 아버지랑 싸워서라도 못하게 했어야 했는데. 엄마가 너무 바보 같았어. 어떡해 내 새끼 가엾어서.”
완이는 우리 모두에게 죄책감을 남겨 놓고 갔다.
사랑하는 아들이고 너무나 사랑하는 오빤데, 그의 사라짐으로 하여 그를 향한 해결할 수 없는 질문을 떠안게 되었다.
그래, 그렇게 한 순간 몸을 날리면 끝났을 것들, 그럼에도 그토록 무거운 몸과 마음을 이끌어 연명하는 것은 온전히 나 때문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