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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ing solo Apr 26. 2024

<수령자 부재중>

〔소설〕Dear my Sorrow 2


엄마의 극단적 반전으로 우리는 삶의 방식을 새롭게 재편해야 했다.


말하자면 필요한 모든 구매행위는

내 몫이 되었다.

주방에서 쓰는 조미료부터 세제, 샴푸, 치약, 화장품 등

텃밭에서 해결할 수 있는 채소 말고는 모든 것,

엄마의 속옷에 양말까지

결국 바리캉이랑 미용 가위까지 구매해

우리 엄마의 머리를 내가 잘라드린다.

오직 엄마 머리만 이었지만 수십 년 하다 보니

커트도 그럴싸하게 할 수 있게 되었고 심지어 파마까지 말수 있다.


살다 보니 엄마의 그러한 삶이 천만다행인 건

정신을 놓으신 후에도 대문 밖으로는 나갈 생각도 안 하신 다는 것.

그래서 엄마가 어디 가서 안 올까 봐 두려워하던 삶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니 엄마를 온전히 차지하게 된 걸까, 

그래서 좋냐.

아니, 하나도 안 좋아.


내가 그러하듯

마음에 부레를 차고 사시는 엄마.

큼지막한 마음속 주머니에

공기보다 더욱 가벼운 공허로 가득해

온전한 삶에 발을 디딜 수 없고

견고하게 뿌리를 내릴 수 없는 삶.

이런 게 뭐가 좋아.


난 우리 엄마를 나누어 나한테 주어진 그만큼이 딱 좋아.

사랑하는 사람과

말하자면 완이오빠랑

살짝 미움과 원망이 좀 있긴 했어도 아버지랑도.

모두 어우러져 나누어 누리던 그때가 눈물 나게 그리워.


우리 엄마가 오빠를 좀 더 좋아하고 든든해하고

오빠만 보면 아주 그냥 두 눈에 꿀이 뚝뚝 떨어져도 괜찮았어.

왜냐면 나도 그만큼 완이를 좋아했으니까. 그럴 만하다고 너무 이해했으니까.


혼자 갖겠다 욕심 낸 적 없었어.

사실 혼자 차지할 수도 없는 걸 알아.

영원히 내 것이 될 수 없는 엄마의 어떤 것.

그건 완이만 가질 수 있는 건데

수령자가 사라진 엄마의 사랑.

품고만 있자니 그 공허함에 숨이 막혀

정신을 놓으시고

그 참에 아무라도 붙잡고 떠안기고 싶은 걸까.


그렇게 집에만 있는 엄마를 위해

난 예쁜 거만 골랐어.

핑크색, 오렌지 색, 체리 색, 노란색 하늘색 이런 거

집에서만 입을 거지만

거의 하루 종일 텃밭에 쭈그려 앉아

풀이나 뽑자고 입을 거라도 밝고 이쁜 거로


“뭐 이런 색만 사와. 누가 본다고. 때 안타는 색깔로 사 오지.”

“내가 보려고, 내가 보니까. 엄마는 이런 색이 훨씬 잘 어울려.

원래 엄마는 밝고 이쁜 색이 더 잘 맞는 스타일이야.”


처음엔 손사래를 치시더니

지금은 그런 줄 알고

예쁜 것만 입고, 신고 모자도 그런 걸로 쓰신다.


예쁜 엄마 

맨날 맨날 예쁜 모습으로 행복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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