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Dear my Sorrow 2
엄마의 극단적 반전으로 우리는 삶의 방식을 새롭게 재편해야 했다.
말하자면 필요한 모든 구매행위는
내 몫이 되었다.
주방에서 쓰는 조미료부터 세제, 샴푸, 치약, 화장품 등
텃밭에서 해결할 수 있는 채소 말고는 모든 것,
엄마의 속옷에 양말까지
결국 바리캉이랑 미용 가위까지 구매해
우리 엄마의 머리를 내가 잘라드린다.
오직 엄마 머리만 이었지만 수십 년 하다 보니
커트도 그럴싸하게 할 수 있게 되었고 심지어 파마까지 말수 있다.
살다 보니 엄마의 그러한 삶이 천만다행인 건
정신을 놓으신 후에도 대문 밖으로는 나갈 생각도 안 하신 다는 것.
그래서 엄마가 어디 가서 안 올까 봐 두려워하던 삶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니 엄마를 온전히 차지하게 된 걸까,
그래서 좋냐.
아니, 하나도 안 좋아.
내가 그러하듯
마음에 부레를 차고 사시는 엄마.
큼지막한 마음속 주머니에
공기보다 더욱 가벼운 공허로 가득해
온전한 삶에 발을 디딜 수 없고
견고하게 뿌리를 내릴 수 없는 삶.
이런 게 뭐가 좋아.
난 우리 엄마를 나누어 나한테 주어진 그만큼이 딱 좋아.
사랑하는 사람과
말하자면 완이오빠랑
살짝 미움과 원망이 좀 있긴 했어도 아버지랑도.
모두 어우러져 나누어 누리던 그때가 눈물 나게 그리워.
우리 엄마가 오빠를 좀 더 좋아하고 든든해하고
오빠만 보면 아주 그냥 두 눈에 꿀이 뚝뚝 떨어져도 괜찮았어.
왜냐면 나도 그만큼 완이를 좋아했으니까. 그럴 만하다고 너무 이해했으니까.
혼자 갖겠다 욕심 낸 적 없었어.
사실 혼자 차지할 수도 없는 걸 알아.
영원히 내 것이 될 수 없는 엄마의 어떤 것.
그건 완이만 가질 수 있는 건데
수령자가 사라진 엄마의 사랑.
품고만 있자니 그 공허함에 숨이 막혀
정신을 놓으시고
그 참에 아무라도 붙잡고 떠안기고 싶은 걸까.
그렇게 집에만 있는 엄마를 위해
난 예쁜 거만 골랐어.
핑크색, 오렌지 색, 체리 색, 노란색 하늘색 이런 거
집에서만 입을 거지만
거의 하루 종일 텃밭에 쭈그려 앉아
풀이나 뽑자고 입을 거라도 밝고 이쁜 거로
“뭐 이런 색만 사와. 누가 본다고. 때 안타는 색깔로 사 오지.”
“내가 보려고, 내가 보니까. 엄마는 이런 색이 훨씬 잘 어울려.
원래 엄마는 밝고 이쁜 색이 더 잘 맞는 스타일이야.”
처음엔 손사래를 치시더니
지금은 그런 줄 알고
예쁜 것만 입고, 신고 모자도 그런 걸로 쓰신다.
예쁜 엄마
맨날 맨날 예쁜 모습으로 행복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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