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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ing solo Apr 27. 2024

<우물>

〔소설〕결국 해피엔딩 2


“은아 누가 이 집을 팔라는 데,”

“아니요, 안 팔아요.”

“그렇지? 형수님도 그러시겠지?”

“엄마한테는 그런 말씀 비치지도 마세요, 작은 아버지.”

“그래, 그런 줄 알았는데 혹시나 한번 해봤다.”


한의원을 팔아 큰길에 건물을 지어 이전하겠다고 할 때 엄마와 나는 당연히 동의했다. 작은 아버지의 큰 아들이 한의과에 재학 중이니 번번이 한의사를 고용해야 하는 문제도 결국 해결될 것이다.

그렇게 변해가는 우리 동네에 새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큰길로 대문이 난 우리 집 옆에 6층짜리, 다른 한쪽엔 8층짜리 건물이 들어섰다. 약국에 병원에 학원에 1층엔 카페도 있고.

그런 큰 건물 틈에서 맥락이 맞지 않는, 특히 진청색 철 대문이 그러하다, 우리 집은 움푹 파인 우물처럼 되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남향이어서 햇빛은 빼앗기지 않았다는 것.


그나마 어둡지는 않은 우물 같은 집에서

엄마와 나는 조용히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점점 낮아지는 확률이지만

가능성만큼은 결코 소멸되지 않을

그의 귀가를 바라고 바라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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