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oing solo
May 03. 2024
그것은 뭐다?
애인을 집까지 바래다주는 겁니다.
등산 갔던 그날
처음으로 우리 집 앞까지 바래다주는 걸 허락했다.
우리는 진청색 철 대문 앞에 나란히 앉았다.
“집이 이쁘네요.”
“뭘 보고요?”
“대문이랑, 우리 고향집 같아요.”
“우리 텃밭도 있어요. 우리 엄마 놀이터예요. 맨날 거기서 놀아요.”
“와우, 김매고 뭐 따고 그러시면서?”
“네.”
“다행이네요. 좋은 놀이터가 있어서. 그런 놀이터 나도 완전 좋아해요.”
“그래요?”
“은이 이야기 들으면서 어린 은이가 아주 힘들었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뜬금없는 말에 울컥, 목이 멘다.
어떻게 알지, 그냥 조금 말했는데도 알겠냐.
그러니 내 아픈 마음 미주알고주알 다 털어놓으면 아주 까무러치겠네.
“그리고 당신 딸이랑 결혼하는 사람은 당신 자식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내가 은이네 어머니 아들이 되려고요. 은이가 세상에 있게 해 주신 보답으로요.”
나는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이 사람이 아들 노릇하면 우리 엄마는 아들로 받아줄까.
엄마 마음속 부레에 가득 찬 공허함 대신
행복으로 가득해질 수 있을까.
오빠
이 사람이 나랑 결혼하재.
어떤 놈인지 오빠가 한번 봐줘야지,
내 동생 고생시킬 놈이면 꿈도 못 꾸게 해야지.
오빠가 이럴 때 봐줘야 하는 건데.
조은에겐 오빠가 있다, 든든한 빽이 돼 줘야 하는 건데.
그가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준다.
눈물은 나지만 마음은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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