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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ing solo May 04. 2024

<놀이터>

〔소설〕Dear my Sorrow 2


그와 결혼했다.


내가 태어나 삼십 년 가까이 살았던 집으로

그가 들어왔다.

아들이 되겠다더니 정말 그렇게 했다.


예전에 완이가 그러고 싶어 했던 것처럼 텃밭에서 맘껏 놀았다.

날이 풀리면 퀴퀴한 냄새 풍기는 비료를 사다가 밭을 갈아엎고 반듯하게 고랑을 만들었다.

엄마는 저리 가 시라 한 술 더 떠 남편은 텃밭에 정성을 들였다.

안 힘들어요?라고 물으면 나 농사가 좋아요. 이담에 은퇴하면 고향으로 내려가 아버지랑 농사 질 거예요.라고 했다.


“그렇게 해봐야 처치 곤란이야. 작물 수도 줄이고 분량도 좀 줄이면 안 될까요?”

그러나 두 사람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토마토, 오이, 가지, 상추, 쑥갓, 아욱, 들깨, 고추, 오이, 감자, 고구마, 열무에 배추,

아주 이 사람들이 겁도 없네.


“그런 거 다 나면 썩히는 게 더 많다니까.”

“뭘 그래요. 우리도 많이 먹고 회사 사람들도 좀 주고 동네 경로당 없어요? 거기도 많이 가져다 드리고 그러면 되죠.”

“그러니 모 하러 그러냐고 요. 자꾸 주면 결국 그들도 싫어해요. 자기들도 먹지 않게 되고 버리는 게 부담스러워지니까  차라리 안 받고 싶어 진다고요, 결국 주는 사람이 사정하는 꼴이 돼버린다니까요.”

“괜찮아요. 그럼 노점 판 벌여 놓고 팔아도 되죠. 그것도 재밌겠네. 안 그래요, 어머니?”

“그래 은아, 너는 구구로 먹기나 해. 우리가 알아서 할게.”


엄마가 우리란다. 어느새 댁들이 우리가 되셨나, 참 좋은 말을 다하시네.


엄마와 남편은 죽이 척척 맞았다. 평일엔 꼭두새벽이나 퇴근 후에, 주말엔 온종일 꼬박 둘이서 논다.

어머니 오늘 날이 더울 거 같으니까 낮에는 밭에 계시지 마세요, 혹은 김매는 거 저녁에 제가 할게요.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도 한다.


아들이 되겠노라 작정한 남편의 태도는 자연스러웠고 그런 만큼 엄마는 마음을 열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우리의 우물로 조용히 스며들어온 그는

딸과 작은 아들을 낳아 가족을 불렸고

비어있던 방이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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