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들의 대화
우리 아들에게 해외여행 어디 가고 싶냐고 물어보면,
아들은 항상 다시 제게 묻습니다.
어느 나라로 가는 게 가장 돈이 덜 드냐고...
아마도 중국일 거라고 말해주면,
바로 그럼 중국 가자고 말합니다.
'역시 아들 너는 짠내 쩌는 나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았어!'
우리 아들이 4살 때였던 거 같은데, 거실 벽면에 세계 지도를 붙여 놓았던 적이 있습니다.
세계로 뻗어 나가는 우리 딸 우리 아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당시 아들에게 아래에 있는 수많은 국기들을 보여주며 어느 나라에 가고 싶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맨 아랫줄에 있었던 올림픽기(오륜기)를 가리키며 자기는 이 나라에 가고 싶다고...
전혀 예상 못 했던 대답이었는데,
4년마다 올림픽 하는 나라 가면 되려나...
알고 그런 건가...
천재인가...
저 때는 4살, 지금은 10살.
아무 고민이나 재는 것 없이 마음이 가는 대로 대답했던 아들이,
어느새 아빠의 지갑 사정을 고민해 주고 그래도 아빠 돈 별로 없으니,
가급적 저렴한 경비로 갈 수 있는 나라로 가자고 걱정도 해주고...
6년 만에 생각이 이렇게나 많이 자랐는데,
아빠는 6년 동안 생각이 얼마나 자랐을까.
나이를 먹고 칼슘이 빠지면서 허리가 굽어지고 또 키가 줄어들고 그러면서
오히려 아빠의 생각 또한 거꾸로 자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빠는 이미 꼰대력이 사고력을 압살해 버리는 나이대가 되어서, 아들만큼 빠르게 생각과 마음이 자라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아빠의 생각과 마음이 줄어들지는 않길 응원해줘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