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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승추세 Feb 20. 2024

산낙지로 널 갖겠어!

아빠와 딸의 대화

우리 딸 유치원 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당시 산낙지를 너무나 사랑했던 우리 딸.

며칠째 산낙지를 사달라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어느 일요일 저녁...더 이상 산낙지를 사주겠노라 했던 약속을 미루기도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저녁 밥까지 다 먹은 저녁 8시반에 밖으로 산낙지를 사러 가기는 너무 귀찮았습니다. (배달부라는 단어가 라이더라는 단어보다 더 친숙했던 때라 배달의 민족을 활발히 쓰기 전...) 

하지만, 약속은 약속인지라.

우리 6살 딸이 아주아주 나중에, 
아빠가 귀찮음을 이겨내고 밖에 나가 산낙지를 사왔다는 사실을 잊어버릴까봐 꼭 기억하라고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잊으면 안된다고 강한 약속을 하고 산낙지를 세마리를 사다 주었습니다.

증거 사진도 남기고...(아...저...부엉이 젓가락...)



이 사진을 찍을 때에는 과연 우리 유치원생이 언제 사춘기가 올까 했지만,

우리딸은 다음달이면 벌써 6학년입니다.


시간은 째깍째깍 흘러 아차하면 사춘기 올 타이밍.


사진 속의 저 낙지를 봐봐...

유치원생 혼자 먹을 양인지, 아니면 아저씨 두 세명이서 술 안주로 먹어도 넉넉할 양인지.


아빠의 사랑이 저 낙지만큼이나 넉넉했다고. 


곧 니가 사춘기 소녀가 되어서 아빠가 집에서 시키는 심부름 안하려고 할때마다 아빠는 이 증거 사진을 들이밀 것이야....


사춘기 왔다고 네 방문 잠가 버리고 아빠 못 들어오게 하면,

이 사진 출력해서 온 집 안 여기저기에 붙여 놓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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