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서 형 옷을 사주신다고 온 가족이 백화점을 갔습니다. 형은 옷을 사주고, 저는 아무것도 안 사줘서, 너무 섭섭해서 아니 혼자 삐져서 계단에 혼자 쭈그리고 앉아 있었던 기억이 백화점을 갈 때마다 듭니다.
아버지께서 제가 혼자 쭈그려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다행히 마성전설이라고 하는 게임을 사주시긴 했습니다. 아마도 두 분이 저를 찾아서 한참 백화점을 도셨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MX1이라는 PC에서 구동되는 게임이었는데, 조이스틱도 사주시고... 지금 보면 참 허접한 그래픽이긴 한데, 저를 게임의 세계로 인도했던 첫 게임. 문득 생각해 보니, MX1을 시작으로 중학교 때는 패미콤도 사고, 우리 아들 지금 못지않게 게임을 했던 것 같은 기억이...
마성전설
여튼 어찌어찌 시간은 또 흘러
제가 아빠가 되고, 어느 날 큰 애 옷을 사주기 위해서 아웃렛을 갔었는데, 큰 애만 옷을 사주고 나니, 제가 이 맘 때 혼자 백화점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기억이 나서, 작은 애한테는 아래의 물놀이 장난감을 사줬습니다. 추석 선물 겸해서. (두 놈 다 어린이집 다녔을 때 같습니다.)
장난감을 사주고 나서 애들 엄마가 아들에게
"누나랑 같이 가지고 놀아야 돼~~" 하니,
"사진 속의 애는 혼자 가지고 놀고 있는데~" 이럽니다
엄마가 "그 친구는 누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혼자 노는 거야 어때 참 재미없어하는 표정이지?"
라고 받아칩니다
어린이집 우등생 우리 아들...
"엄마~ 사진 속의 이 친구는 너무 재미있어하고 행복해하는데~~"
듣고 있던 저...
'그래 너 혼자 갖고 놀아라'
그런데 사진을 보니 정말로 행복해하는 건 같습니다.
아마도 저희 아버지께서도 저 게임을 사주시면서, 형이랑 싸우지 말고 같이 해야 하는 거야 라며 사주셨을 거 같기는 한데,
거의 백 퍼센트의 확률로 집에 오자마자 아마도 형이랑 서로 더 하겠다고 싸웠을 것 같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