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지 않은 기준에 공정함을 기대하지 말자
6,7년전쯤 부서를 옮기고 나서 바로 인사 고과가 오픈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약간의 문제가 있었던 게, 몸은 이미 새 부서에 와 있는데, 고과를 주는 분은 이전 부서에 있는 분이었다는 게 큰 문제였습니다.
바꿔 말하면 C- 받기에 아주 최적화된 조건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인사 정책상 부서의 5%는 꼭 C-를 받아야 하고 부서에 30명 정도 있었는데, 누군가는 C-를 받아야 하는데 '넌 이왕 갈 놈이니 옛다 니가 먹어라...' 뭐 이런 심보가 충분히 발동할 수 있는 환경이었던 거죠.
고과가 open되었던 말을 듣고 화면을 바로 보니,
C
우오오오오오...감격.....
C-가 아니고 C라니...
회사 다니는 긴 시간동안 늘 즐겨 받던 C였으나, C를 받고 이렇게 신이 나긴 처음이었습니다. 늘 C를 받으면 바로 고과를 읽고 이어서 숫자 8이라는 단어가 먼저 튀어 나왔었는데...
세상에 기대하는 것을 반 박자만 내려 놓으면 이렇게 세상이 아름다워지는구나 큰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저도 고과를 주는 입장이기도 하고, 받는 입장이기도 하지만, 고과는 절대로 공정하지 않습니다. 시험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고 위의 사람이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나의 일년 간의 실적을 평가하는 사람은 고작 내 위 직속 상사 1명 뿐입니다. 저 역시 공정하기 힘들고 내 자신도 장담하기 힘든 공정함을 남에게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고과가 되었던 뭐가 되었던 공정하지 않은 평가에 내 자신이 휘둘릴 필요는 없습니다.
공정하지 않은 기준에서 좋은 결과를 받고자 한다면, 그냥 나를 평가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면 됩니다.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고과란 내 선택에 대한 결과일 뿐, 결코 나의 역량이나 업적, 성과를 시험 성적처럼 알파벳으로 보여주는 성적표는 아닙니다. 내 선택이 회사에서의 고과가 아니었다면, 고과에 대한 마음은 반 박자 정도 내려놓고, 다른 무언가로 보상을 받으면 됩니다.
이런 것들에 너무 기분 나쁠 필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