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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승추세 Mar 03. 2024

만약 내일 직장을 영영 떠나게 된다면

아쉬울 게 별로 없겠지만 그래도 하나 정도 뭐가 아쉬울까

언젠가 새벽예배 시간에 우리 교회 목사님 설교를 듣는데,

어느 다른 목사님께서 (성함은 잊어버림) 둘째 아들이 40대 초반의 나이에 암에 걸려서 세상을 떠나게 되었는데, 암을 치료해 달라고 기도를 하다가 갑자기 아들이 예수님 만날 준비가 되었는지 궁금해져서,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준비가 되었냐고 물으니, 아들이 이제 준비가 되었다고 그리 대답하였었고, 그러고 나서 한 달 정도 지나서 주님 뵈오러 세상을 떠났다는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나는 벌써 나이가 46세인데.... 그나마도 윤석열 대통령님 덕분에 소소하게 나이가 변경이 되어서,

(사십 대 후반에서 사십 대 중반으로 재편입.)


몇 달 전이었는데, 네이버 부동산 카페 글 중 어느 분께서 서울 중위권 대학교 졸업한 외벌이 40대 중반 대기업 직장인인데, 아무래도 임원 다는 거 외에는 삶이 나아질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아내에게 자기 3년간 군대 간 거라고 생각해 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회사에 올인하고 주말에도 근무하고 회사에 매여 살다 보니, 아내의 불만도 극에 달하고,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나 현실자각타임이 왔는데, 이게 맞는 거냐며 묻는 글이 올라온 적이 있었습니다. (나이가 비슷한 처지이다 보니, 주위 선후배 친구들에게 매일같이 듣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가장 공감이 갔던 댓글은 열심히 모든 걸 걸어보고, 임원이 되면 목표한 바가 되니 좋은 거고 임원이 안되더라도 그렇게 열심히 일하면서 회사에서 인정받고 역량도 올라가 있을 터이니, 그것으로 만족 아니냐며, 현직 외국계 회사 임원의 아내가 써준 댓글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사실상 왜 묻냐... 댓글에서 그만 포기하라고 하면 할 거냐.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뭐 이런 뜻으로 해석 가능하긴 합니다만...)


제가 만약 사십 대 나이에 하나님께로 간다면,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딸과 아들과 헤어져야 한다면,

뭐가 가장 아쉬울까요.


이런 글 너무나 너무 많지만, 정말 내가 아쉬울 거 같은 것을 뽑아보고 싶었습니다.


회사에서 임원 달지 못한 게 아쉬울까?

몇 년 전쯤 임원 다는 거 포기할래. 나 지쳤어. 난 여기까지 인가 봐. 아내에게 징징대며 부서를 옮겼던 것이 아쉬울까?

강남 아파트 못살아 본 게 아쉬울까? 

테슬라 모델X 멋지게 몰아보지 못한 게? 골프 싱글 못 쳐본 게?

해외로 골프 여행 못 가본 게 억울할까?


누구나 그렇듯이 그런 건 중요한 축에도 못 끼는 거였고...


가족들과 유럽 여행을 아직 못 가본 게 너무 서운할 거 같고,

아내와 그리고 거기서 같이 가족처럼 살았던 이들과 다시 미국 블루밍턴을 가보지 못한 게 아쉬울 거 같고,

내가 너무나 전도하고 싶었던 선후배 친구들을 결국 전도하지 못한 게 그들에게 미안할 거 같고,

우리 딸 미래의 남자 친구, 우리 아들 미래의 여자 친구 못 본 것이

우리 아들과 피파/위닝 승부는 커녕 같이 게임 한 번조차 못 해본 것이  아쉬웠겠죠.


결국 가족과 좀 더 같이 못 논게 한이 맺히고 서운하고 억울하고 눈물 나고 미안하고 그럴 것만 같더만요.

솔직히 나머지는 아쉽기는 해도, 그냥 그랬나 보다... 저 정도는 남들이 많이 했으니, 대리만족 그걸로 만족하자 했을 것 같습니다.    


회사 관련해서는 아쉬울 게 딱히 생각은 안 나는데, 그래도 제목이 회사 연관된 글이다 보니,


억지로 회사에서 남길 수 있는 게 뭔지도 짜내긴 짜내야 하므로...

생각을 더 해보았습니다. 뭐가 있을까.


내가 직장생활 이십 년 넘게 하면서 수없이 들었던 말 중에 저를 가장 기분 좋게 만들었던 말.

'선한 영향력을 주시고 있어요.'


한 번은 다른 부서 파트장님이랑 통화하다가, 또 한 번은 익명으로 받은 상향평가 글에서...


이 말을 더 자주 듣게 된다면, 회사 그만둘 때 그 기억 만으로도 아쉽지 않을지도 모르겠고,

그 말을 들었던 순간과 상황과 말씀해 주신 분을 명확히 기억할 테니, 나한테는 분명히 기억에 남는 무언가로 남겨질 듯합니다.


세상 까지는 아니고... 회사를 떠날 준비가 되었냐고 물어본다면, 그런 의미에서 아직은 아닌 듯.

두 번은 너무 적고 열 번 이상은 채워보는 걸로.

(저에게는 아직 십 년의 시간이 더 남아 있으니.)


주말도 없이 일하는 게, 임원을 목표로 달리는 것이... 그러다 실패하더라도.. 뭐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이 어땠는지 그게 더 중요할 것 같은 생각입니다.


너무나 어중된 40대, 

마치 사춘기 소년 같은, 세상을 많이 산 노년도 아닌, 아직 젊은 청년도 아닌.

뭔가 이루었다고 말할 나이도, 아직 젊음이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닌 그저 그런 나이.


저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게 

절대로 업무 성과나 진급 같은 회사 생활 속에서의 결과는 아닐 테니, 

일단은 잘 모르겠으면 그 과정에 집중하는 걸로...


네이버 부동산 카페 그 수많은 댓글들 속에 있던 결국 딱 두 가지 타입의 대답들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하세요 화이팅!'

그리고, 

'그런 거 다 부질없어요. 길게 가시고 건강 챙기세요 건강 말고 남는 거 하나도 없어요.'


어느 게 정답이고 어느 것이  오답일지는 모르겠으나, 

결과는 50대에 확인해 보기로 하고, 일단은 질풍노도와 같은 사십 대에는 듣고 싶은 말을 더 자주 듣는 것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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