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승추세 Apr 14. 2024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

아빠! 저는 산타할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요.

진화론에 딴지를 걸어서 아들을 설득해 보려는 작전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 아들에게 아빠의 경험을 통해 설득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와 동시에 아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아들의 특징을 먼저 정의를 하고 그에 따른 맞춤법 대응전략이 필요하겠다는 생각 역시 들었습니다. 의심이 많고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 하는 아들이라 그런 사람들의 특징에 대해서 먼저 확실하게 파악을 해야 마음 공략하는 법을 더 잘 알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아들이 유치원 때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느 날 제게 물었습니다.


"아빠, 우리 집은 아파트라 굴뚝이 없는데 산타 할아버지가 어떻게 들어오세요? 전에 분명히 아빠가 밤에 산타 할아버지께 문 열어 드린 적 없다고 하셨잖아요."


'아... 밑밥 깔려고 물어본 거였구나. 이런...'


"아빠! 산타 할아버지는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어쩜 그리 잘 알아요? 아빠 혹시 산타 할아버지 연락처 알아요?


"아빠... 산타 할아버지는 한 명 맞죠? 만약에 한 명이 맞다면 이해가 안 가는 게 있는데, 하룻밤에 어떻게 전 세계 어린아이들에게 선물을 다 전해주시는 걸까요. 만약에 다 선물을 다 돌리려면, 어마어마한 속도로 선물을 던지셔야 할 텐데, 만일 그렇게 던진다면 모든 선물이 다 깨지고 박살이 날 걸요. 그런데 제 선물은 항상 깨지지 않고 멀쩡하던걸요?"


'아... 은근슬쩍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대답을 피했더니, 이번에는 작정하고 과학적으로 덤비는구나.'


"아빠! 산타 할아버지는 재산이 얼마나 많으신 걸까요. 그 많은 선물을 대체 무슨 돈으로 사시는 거죠? 그렇게 부자라고 하면... 그 많은 돈은 대체 어떻게 다 버신 걸까요. 설명을 좀 해주세요. 납득이 안 가요. 납득이..."


아들에게 진지하게 혼이 담긴 구라를 펼칠 수는 없어서... 늘 그렇게 어물쩍 스리슬쩍 넘어가곤 했었는데 우리 아들 유치원 다닐 적,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 날...


딸에게서 카톡이 왔습니다. 사진과 함께...


"아빠! 책장 위에 저거 뭐예요?"


아들이 계속 가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닌텐도 스위치 박스가 책장 밖으로 수줍게 고개를 빼꼼히 내민 사진이었습니다. 맞벌이라 아이들이 학원 중간에 잠시 집에 있는 시간들이 있는데, 그날 작정을 하고 아빠엄마가 분명 산타할아버지 선물을 미리 준비해서 숨겨놓았을 것이라는 확실한 심증을 가지고 집안 구석구석을 뒤지고 다녔었나 봅니다.


'아차, 걸렸구나...'


아들에게는 그 어린 나이부터 산타 할아버지 믿는 것조차 쉽게 넘어갈 일은 아니었나 봅니다. 하긴 그런 아들에게 더 크고 어려운 것을 믿어 보자고 하니, 쉽게 될 일은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산타 할아버지를 쉽게 못 믿는다고 순수하지 못하다고 할 일은 아닌 것 같고, 단지 이 아이는 아빠와는 약간 다를 수도 있겠구나 문득 차이점을 인정해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중학교 때까지도 산타 할아버지가 계시다고 믿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들은 의심이 많구나... 답답한 마음에 그래도 ChatGPT에게 질문을 적어보았습니다.


"산타 할아버지가 없다고 믿는 의심 많은 아들에게 어떻게 하면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려줘야 좋을까?"


의심이 많은 아들에게 하나님이 계신다는 것을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수 있지만, 몇 가지 접근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해 보겠습니다:
개인적 경험 공유: 여러분 자신이 하나님이 존재한다고 믿는 이유를 아들과 개인적인 대화를 통해 나누어보세요. 하나님이 나타나신 경험을 나누거나, 기도의 힘을 경험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아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성경 공부: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존재와 성격을 탐구하는 것은 믿음을 성장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함께 성경 공부를 하면서 아들이 궁금한 점이나 의심하는 부분을 함께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습니다.
 과학과 신앙의 조화: 하나님을 믿는 것과 과학적 지식이 모순되지 않을 수 있음을 아들에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연의 아름다움과 복잡성은 창조주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신앙 공동체 참여: 교회나 신앙 공동체에 참여함으로써 아들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하나님을 경험하고, 믿음을 나눌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믿음 이야기나 증언을 듣는 것은 아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습니다.    
자유로운 탐구 유도: 아들이 자유롭게 질문하고 탐구할 수 있도록 허락하세요. 그러면서 그의 궁금증에 성실하게 대답하고 함께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통해 믿음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아들의 의심과 궁금증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의 의견을 듣고 존중하며, 서로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입니다.


엇, 제가 생각했던 방법이 ChatGPT의 조언과 일치함을 확인하면서 알 수 없는 짜릿함이... 아빠의 경험.


성경 공부나 신앙공동체 참여 같은 것은 사실 이 글을 계속 써가면서도 해나갔던 일이기에 크게 새로운 것을 없다는 느낌이었는데, 첫 번째 조언, 내 경험에 대한 공유가 없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고 이 방향으로 나가봐야겠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과학과 신앙의 조화에 대해서는 평소에도 벚꽃을 보며 날씨를 얘기하며 항상 언급하는 것이긴 한데, 아들에게 큰 감흥은 없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전 13화 마음으로 믿는 것 머리로 이해하는 것, 그 둘의 차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