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은 아니겠지?
아빠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게 어쩜 그리 하기가 싫던지.
그래도 그나마 침대에 누워서 책 읽는 건 할만해서,
수학의 정석을 침대에 누워서 소설책 읽듯이 읽었어.
당연히 내 수학 실력은 망했지.
언젠가 우리 딸이 소파에 누워서 수학 문제집을 푸는 걸 보면서,
너무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누운 자세로 연필을 들고 수학 문제집을 푼다는 게
아빠보다는 한 단계 진화한 모습이기는 했지만,
어쩜 그리 나를 닮았니?
환절기에 그리고 환기 못 시키는 계절에 비염으로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우리 딸 보면서,
아빠는 어릴 때 내 모습이 많이 생각이 나.
늘 코를 훌쩍거리던 내 모습. 늘 코가 막혀있고, 코가 줄줄 흐르고...
걱정하지는 마. 대학교 가고 성인 되면 많이 증상이 호전될 거야
고등학교까지는 아빠도 그랬어.
우리 아들은 어떻고,
모든 선택의 기준을 가격으로 삼는 너를 보면서,
뭐 하고 싶냐고 아빠가 물어볼 때마다 가격을 먼저 물어보고 비싸면 안 하겠다고 하는 너를 보며
아빠는 그런 생각이 들어.
내가 짠돌이 훈련을 시킨 적이 없는데, 대체 어떻게 스스로 이런 걸 습득한 걸까.
아들 얼굴에 오돌토돌 올라온 두드러기 같은 것들을 보면서,
아빠의 초등학교 시절 오돌토돌 두드러기 만지던 기억이 나면서
어쩜 그리 이런 것까지 닮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
유전자가 옮겨 갔으니,
아빠엄마 외모 닮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어떻게 성격까지 닮고 심지어 버릇까지 닮게 되는 거지?
우리 사이에는 아주 깊숙하게 연결된 무언가가 있나 봐.
유전자만으로는 무언가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껴.
너희는 아빠를 닮았고,
아빠는 아빠의 아빠를 닮았고,
아빠의 아빠는 아빠의 아빠의 아빠를 닮았고...
아빠의 아빠의 아빠는 아빠의 *3 아빠를 닮았고...
아빠의 *3 아빠는 아빠의 *4 아빠를 닮았고...
아빠의 *∞ 아빠는 누구를 닮았던 걸까?
원숭이 땡. 아메바 땡. 무기질 땡. 빅뱅 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