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숨겨둔 불안장애와 알콜중독
아직 20대인데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나에 대한 이해도 도울 겸, 번외편처럼 가볍게 내 불안 장애와 알콜 중독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겁이 많은 아이였다.
어린아이들이 열심히 뛰어다니며 클 때, 나는 행여 발소리가 날까 까치발로 걸어 다녔다고 하였으니 알만 하다.
내 불안 장애가 극에 달한 건 대학교와 인턴 시절이다.
항상 남들 앞에서 말하기를 두려워했는데, 발표부터 면접 등등 남들 앞에서 말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였다.
이 것들을 제대로 못하면 내 성적과, 취업은 물 건너간 길이었다.
발표 시간 매번 거의 울먹거리며 4년을 보냈다.
극복해 본다고 토론 대회도 나가 보았으나 거기서도 눈물 한 방울 찔끔 흘렸다.
논리 구조를 작성한 서류로 예선을 통과하면 뭐 하나, 번번이 본선 1차에서 탈락했다.
나를 만난 상대들은 아주 손쉽게 이겼으리라.. 오히려 내가 안쓰러웠을지도 모른다.
대학 졸업 직전 첫 인턴 면접에서도 발발 떨었지만 어찌저찌 합격했다. 사실 고난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이 체험형 인턴 과정 내내 주변 동기들과 나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부서는 모두 달랐지만 내 과제만, 아니 나만 초라해 보이는 두 달이었다.
이때, 나는 처음 정신과에 갔다.
엄마에게 가서 말했다. "엄마 나 불안장애인 것 같아."
엄마는 그게 무슨 말이냐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엄마, 아빠, 동생까지 내 첫 진료에 동행했다.
사실 엄청나게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온 가족이 동행한 검사에서 불안장애 진단을 받았다.
우울은 낮지만 불안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라고 했다.
증상을 줄여줄 수 있는 매일 먹는 약과,
불안이 극도로 오르는 순간에 먹을 수 있는 비상약을 받았다.
나는 이 비상약을 먹으며 인턴 생활을 버텼다.
사실 내 인턴 과제 결과물이 걱정만큼 별로였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대단했다는 것도 아니지만)
소속 임원 분의 제안으로 인턴 중에 나만 대표님 보고를 별도로 진행했고, 대표님 지시로 유관부서 임원들에게도 보고를 진행했었다.
팀원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팀장님과 사수님과는 아직도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
이 심리적으로 고된 인턴 생활 와중에도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매달) 한 달의 절반 이상은 술을 마시긴 했다.
내 주변 사람이라면 내가 애주가라는 사실을 모를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점점 나이를 먹으니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먹는 빈도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다만, 아직 20대인데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평상시에는 괜찮지만 물건을 들고 있을 때, 가벼우면 가벼울수록 크게 떨린다.
주변에서 "손을 왜 그렇게 떨어요?"라고 간혹 물어올 정도이니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면 그냥 "수전증이 있나 봐요"하고 웃어넘긴다.
요즘은 발이 좀 저려서 통풍이 걱정됐는데, 얼마 전 건강검진 결과는 다행히 정상이었다.
지금도 불안장애는 오르락내리락 지속 중이고,
음주는 ADHD치료에 대한 의지로 자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