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로 정신과에 찾아가 말했다.
"저 성인ADHD인 것 같아요" / ADHD 검사 후기
귀찮아도 자주 갈 만한 거리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갔다.
내 기분과 다르게 상큼한 이름과 차분한 분위기를 가진 병원이었다.
내 순서를 기다리고 들어가 말했다.
"선생님, 저는 성인 adhd인 거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20여 년간을 살면서, 그리고 회사를 다니며 느꼈던 이유들을 말했다.
일을 자꾸 미룬다고,
꼼꼼하지 못해 놓치는 것들이 많다고,
자주 깜빡거려 잊어버리는 일이 많다고,
한 번 시작한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한다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힘들다고,
집 정리도 못해서 집안이 꽤나 더럽다고,
중독에 약한 것 같다고 (사실 나는 한 달에 이삼일을 빼놓고 매일 술을 마신다.)
선생님은 우선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약 2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하다가 힘들면 중단하셨다가 다음에 와서 하셔도 돼요"
의문이 든 표정으로 쳐다보자,
실제로 ADHD 검사자 중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두 번에 나눠서 한다고 하셨다.
2시간 이상의 긴 검사를 한 번에 소화하기 힘들어한다고..
이제 진료실 밖으로 나가
간단한 설문지를 하며 뇌파 검사를 기다렸다.
뇌파 검사실에 들어가자, 여러 장치를 쓰고 붙인 뒤 간호조무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절대 주무시면 안 돼요"
아, 이걸 하다 자는 사람도 많은가 보다 생각했다.
다시 나와 더 많은 설문 검사를 했다.
검사를 진행하면서 그렇다, 매우 그렇다에 체크할 일이 많았지만
나는 왠지 'ADHD가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했다.
아픈 게 아니라는 안도감과, 아파서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인 거면 어떡하지?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지? 하는 복잡한 생각에 휩싸였다.
그 다음은 게임 검사였다.
작은 노트북에 앉아 게임을 시작했다.
잠깐 화면을 보고 기억한 뒤 순서를 맞춘다든가,
도형의 규칙을 찾는다든가,
특정 규칙이 나올 때만 버튼을 누른다든가 하는 게임이었다.
게임 검사를 5분 넘게 진행하자 졸리기 시작했다.
아차, 왜 선생님이 힘들면 나눠서 하라고 말씀하셨는지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그만둘까? 다음에 와서 한다고 할까?'
하지만 선생님의 말에 의문을 가졌던 내 표정이 부끄러워서,
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저 ADHD예요' 하고 인정해 버리는 것 같아
졸음을 꾹꾹 참아가며 검사를 끝냈다.
검사 결과는 일주일쯤 뒤 나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