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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온유 Jun 01. 2023

삿포로에 갈까요.

토막 에세이-사랑

삿포로에 갈까요, 우리 같이 손을 맞잡고 아이처럼 방방 뛰면서 눈이 적게 내릴 때 아무도 우릴 신경 쓰지 않는 산장 앞 골목길을 걷는 거예요. 어차피 그곳 사람들과 우린 말도 통하지 않을 테고, 우린 아주 잠깐만 그곳에 머물 테고, 우리 함께 그곳에 있으면 아무도 우릴 모를 테니, 우리 조금만 더 천천히 심호흡하며 발맞추어 걸어요,

눈은 푹푹 나릴 테고 우리의 발은 눈 속에 푹푹 파묻히겠죠.

우리 둘만이 아는 구멍 난 마음 자국들 위에도 하얀 눈이 소복하게 덮여 가슴 가득한 못 자국들을 깨끗이 메워줄 거예요,


삿포로에 갈까요, 눈밭에 누워 숨죽여 깔깔대다 서로의 옷에 잔뜩 묻은 하얀 잔털들을 떨어내 주어요, 삶의 잔가지 위에 구석구석 쌓인 눈들을 조심히 털어내고 예뻐진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애환이 담긴 서로의 눈빛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못 견디게 시리도록 마음에 박힌 눈송이들을 마주할 때면 말없이 서로를 오래고 안아요.

삿포로에 갈까요, 조금은 낡은 산장 안에서 향을 하나 피우곤 우리의 마음속까지 훈훈히 뎁혀줄 뜨거운 국물을 몇 번이고 마셔요, 실없고 유치한 농담들을 하며 당신의 투명한 눈동자에 얼핏 비친 내 모습을 마주하며 깔깔대며 웃다가 창밖에 소리 없이 쌓여가는 눈들을 멍하니 함께 바라보며 처음 사랑에 빠졌던 그 순간을 떠올려요,


삿포로에 갈까요, 당신과 함께라면 어디든, 나는 행복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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