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것들이 있어,
많이 애틋해서, 공기 중을 부유하며 떠돌다가 순식간에 터져 버리고 마는 둥글고 영롱한 비눗방울만큼이나 아련해서, 떠올리다 보면 가끔은 확 눈물이 터질 것만 같은 것들 말야.
연두색 나뭇잎이 콕콕 박힌 하얀 원피스를 입고 밀집 모자를 쓴 채로, 소낙비가 내리는 날 어린 날의 나는, 오빠와 함께 몇 번이고 도로에 고인 물웅덩이에 발을 담갔다가 빼며 신나게 깔깔거리곤 했어.
지금 떠올려보면,
도대체 뭐가 그렇게 우습고 즐거웠었는지 잘 모르겠어.
태양이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이 이글거리며 내리쬐던 그날. 멀리서 뿌우우 소리를 내며 나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것만 같던, 어린이 대공원의 코끼리 열차는 왜 그렇게도 집채만 하게 보였는지. 가파르게 낙차를 일으키며 날 태웠던 후룸 라이드, 민속 박물관에서 원시인 모형이 내리치던 커다란 망치, 움직이는 티라노사우루스 모형들은 왜 그리도 무서웠는지,
500원짜리 컵 번데기, 석쇠에 구운 가래떡, 부드러운 솜사탕을 먹으며 한가로이 어슬렁대는 커다란 동물들을 구경할 때면 세상의 그 어떤 아이들도 부럽지 않았어.
여름날 외가에 놀러 가 외삼촌이 모는 파란 트럭 뒷자리에 앉아, 신나게 작업장을 향해 갔던 적이 있어. 얼마나 행복했는지, 스쳐 가는 바람을 맞으며, 그때의 나는 함박웃음을 지었지.
밀가루빵에 예쁘게 말렸던, 지글거리는 소리를 내던 그 메뚜기튀김은 정말 맛있었고, 다 같이 물장구를 치며 잡았던 개울가의 집게 가재들은 정말 무시무시했어.
허벅지께를 스치며 다리에 온통 선명한 붉은색 생채기들을 남겨버린 억센 가시풀들 때문에, 온통 빨간약을 바르고 쓰라려 밤새 끙끙대곤 했던 여름밤을 기억해.
정전이 되어버려 주변을 더듬어 겨우 찾아내 불을 붙인 하얀 양초에서 나오던 은은한 불빛과, 다 같이 둘러앉아 조곤조곤 해대고 했던 으스스하고 오싹한 이야기, 한 알 한 알 통통하게 잘 쪄진 옥수수, 크면 꼭 외삼촌에게 시집가겠다던 5살의 나, 비닐하우스를 뒤덮던 달콤한 꽃향기, 얼마나 오래되었을지 모를 강진 길거리 한가운데의 든든한 팽나무.
그리고, 자주 나를 따뜻하게 감싸고 늘 같은 자리로 돌아와 주곤 했던, 후덥지근하게 살랑이던 바람도.
손에 쥔 것이 없어도 그때의 나는, 참 사소한 것들에 미소를 띠곤 했는데.
요즘은 그냥, 조금 어려운 듯해.
종종 짓는 미소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가려내는 일들이.
누가 나에게 그럼 너는 현재를 사랑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현재를 사랑하고 있다 말할 거야.
누가 나에게 너에게 유년 시절로 돌아갈 기회를 준다고 말한다면,
돌아가지 않을 거라 말할 거야.
찰나는 찰나여서 아름답다는 걸 아니까.
찰나는 찰나여서, 소중하다는 걸 아니까.
다만 나는,
그저
어린 날의 여름 향기가 종종 많이 그리울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