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인가 능력인가!
촉촉한 쿠키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동안 모두 실패를 했다.
그런데.... 드디어 우연히 촉촉한 쿠키를 만들게 되었다. 내가 뭘 했기에 촉촉한 쿠키가 만들어진 거지?
만들었던 과정을 복기해봤다.
버터 100g, 설탕 70g을 섞은 후 계란 노른자 1개를 넣고 섞었다.
중력분 밀가루 190g에 베이킹 소다 3g과 소금 1g을 넣고 체에 내려 섞어놓은 첫 번째 그룹에 넣고 섞어준 후 냉장고에서 1시간 쉬어준 후 예열 한 오븐 165℃에서 18분간 구웠다.
쿠키는 겉은 바삭하고(사실 쿠키가 오븐과 닿은 테두리는 좀 까맣게 변했는데 보기 싫어서 조용히 떼어냈다.) 속은 부드러웠는데 부드러운 속이 익지 않아서 부드러운 건지 촉촉하게 익은 것인지 잘 구분은 되지 않았다. 이게 맞는 건가?
그리고 또 한 가지 예전에는 안되었던 게 이번에는 성공했는데, 아이스크림 뜨는 숟가락으로 한 움큼 떠서 오븐에 구우면 반죽이 넓게 퍼지면서 커다란 쿠키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만드는 것도 저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늘 실패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구운 쿠키는 기대도 안 했는데 그렇게 만들어졌다. 우와... 도대체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된 거지? 음... 반죽이 손가락에 붙을 정도로 좀 질게 했는데 그게 원인이었나?
기존에는 만들 수 없던 촉촉한 쿠키가 만들어진 이유를 찾기 위해 기존 레시피와 비교를 해봤다. 그리고 달라진 부분은 계란 흰자의 사용 여부뿐이었다. 그렇다면, 계란 흰자가 원인인가? 그래서, 이번에는 계란을 흰자까지 사용해서 만들어 보았다. 그리고 결론은 그냥 노른자만 사용했을 때와 동일했다. 계란 흰자는 죄가 없다.
지금까지 베이킹 재료에 대해 공부(대충이지만 그래도 나름 공부) 하면서 부드러운 쿠키에 영향을 주는 것은 글루텐이었다. 제과에서는 글루텐 형성을 억제해야 부드러운 쿠키가 되고 제빵에서는 글루텐 형성이 많이 되어야 쫄깃한 빵이 된다. 그래서 제과 반죽할 때에는 글루텐 형성을 억제하는 설탕을 많이 넣고 반죽을 오래, 많이 치대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만들었던 쿠키와 비교해서 이번에 설탕을 많이 추가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원인은 한 가지인데... 그동안 내가 반죽을 그렇게 많이 치댔다는 건가? 그래서 팔이 아팠나? 그런데 그 정도로 열심히 반죽하지는 않았는데...... 어떤, 분명한 명확한 이유를 밝혀낼 수는 없었지만 아무튼, 원인은 글루텐이라고 가정하고 그렇다면 글루텐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글루텐은 글루테닌과 글리아딘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물 분자와 결합하여 망상구조(그물 사슬 모양의 탄탄한 결합? 뭐 이런 것 같다.)를 생성하고 이 구조가 탄탄해질수록 반죽의 탄력이 생긴다. 부드러운 식감을 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부드러운 쿠키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망상구조를 약화시켜야 하는데 그런 작용을 하는 재료는 앞서 이야기한 설탕과 지방이다. 설탕에 대해서는 알아봤으니 넘어가고 지방에 대해 추가로 알아봤다. 내가 만드는 재료 중에 지방은 버터다. 그렇다면 버터를 많이 넣으면.... 부드러운 쿠키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버터는 크림성, 쇼트닝성, 가소성이라는 세 가지 성질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중에서 부드러운 쿠키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이유는 버터가 쇼트닝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버터가 반죽 안에서 고르게 분산되면 전분의 결합을 방해하고 글루텐이 과하게 생성되는 것을 막아준다.
한 문장으로...부드러운 쿠키를 만들기 위해서는 박력분이나 중력분 밀가루를 사용해서 버터와 설탕을 충분히 많이 넣고 오래 치대며 반죽하지 않으면 된다! (글로 쓰면 늘 간단해 보인다.)
나는 어떤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 계속 부드러운 쿠키를 만드는 데 성공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부드러운 쿠키를 만들 수 있는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면 어느 순간 나는 원래의 나로 되돌아갈 것이다. 현재의 나는 바꿀 수 없는 본성을 감추기 위한 어떤 기술을 우연히, 잠시 획득했다고 볼 수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잠시 얻게된 기술을 앞으로 남은, 삶의 시간 동안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스스로가 원래 그런 사람이였던 것처럼 행동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뭐,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겠지....다만, 이런 순간에 나는 겸손하고 싶다. 이 현상이 얻어걸린 행운인지 내 능력의 향상인지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 순간 명쾌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이 더 많다. 그것을 이해하고 겸손하고 겸손하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