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시간
식빵을 잘 만들어야 진짜 빵을 잘 만드는 사람이다.
언제,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문장은 언제부터인가 내 머릿속에 있다. 그래서 베이킹을 시작하면서 식빵 만들기에 한 번 도전하고 싶었다. (스스로) 만족스러운 식빵을 만드는 것도 지금까지 내가 만든 다른 제품들처럼 여러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처음 레시피를 보고 도전했을 때에는 그래도 나름 빵다운 모습이라 만족스러웠고 두 번째 만들었을 때에는 정말 잘 부풀어서 '아, 빵 반죽은 이 정도나 부풀어 오르는구나!'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하지만 세 번째에는 반죽이 부풀지 않아 실패했고, 어제저녁, 네 번째로 식빵 만들기에 도전했는데 이 반죽도 세 번째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도 부풀지 않았다. '아, 반죽을 또 버려야 하나?'라고 생각할 시점에, 빵 반죽을 부풀게 하는 것은 이스트라는 당연한 지식이 떠올랐고 반죽에 이스트를 추가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스트 가루를 그냥 반죽에 넣었더니 효과가 없었다. (이런, 바보!)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했다. 그리고 이스트는 미지근한 물에서 반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스트를 따듯한 물에 풀어서 반죽에 넣어주었다. 이스트를 풀어 넣은 물이 많아지면서 덩달아 밀가루도 더 넣게 되어서 처음 계획보다 양이 점점 늘어났다. 이렇게 했는데도 부풀지 않으면 수제비라도 해 먹을 생각이었는데 점점 늘어나는 양에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실패하면 이 만큼의 수제비를 먹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계속 반죽 옆에 있으면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지 계속 지켜볼 것 같아서 자러 갔다.(이 작업을 밤에 하고 있었다.) 8시간 후, 이스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게 되겠지....
그리고 8시간 후, 밤사이 활발한 활동을 한 이스트가 내 반죽을 한껏 부풀게 했다! 레시피를 잘 따라 하면 레시피와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나는 그 조차도 잘 되지 않았지만...) 하지만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지 못하면 레시피와 다른 결과가 나타났을 때 대처할 수 없다. 내가 그 산 증인이다. (떠먹여 주는 지식의 한계랄까?) 하지만 지금의 나는 베이킹에 대한 지식이 +1 되었기에 다음에 또 반죽이 부풀지 않는 현상을 대면하게 된다면, 대처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렇게, 반죽이 한껏 부풀었기에 반죽을 치대면서 반죽 안에 있는 기포를 빼주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또 기다림의 시간... 이번에는 8시간씩이나 기다리지는 않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은 늘 지루했다. 하지만 그 지루함을 견디면 부풀어 오른 반죽을 또 만날 수 있다. 두 번째 숙성도 성공, 처음 성공하면 이후의 숙성도 성공할 것을 믿기에 기다림의 시간이 떨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또 반죽을 치대고 기다린 후 이번에는 4등분으로 나누어서 둥글리기 한 후 또 기다리기... 마지막으로 식빵 모양으로 성형 후 틀에 넣고 굽기!! 굽는 시간도 레시피마다 조금씩 차이가 났지만 나는 165도에서 25분을 구웠는데 만족스럽게 구워졌다.
사실, 우리 집 근처에는 아주 유명한 제과점이 있다. 그래서 이렇게 집에서 베이킹을 직접 하지 않아도 맛 좋은 빵이나 과자를 언제든지 사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오늘 제과점에 다녀왔다. 입구에서부터 맛있는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열된 다양하고 화려한 모양의 제품들이 내 눈을 홀렸다. '아, 이렇게 지갑을 열면 맛과 모양 등등 모든 것들이 검증된 제품을 쉽게 맛볼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리고 제품마다 책정된 가격을 보게 되었는데, 그 가격은 역시나 내가 평소에 느꼈던 것처럼 비쌌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만들었던(누군가에게 판매를 할 정도의 수준도 아닌 과자와 빵) 제품들을 생각한다면,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한다면 '그래 이 정도의 가격을 책정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타인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타인의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기꺼이 지갑을 열고 빵을 쇼핑했다.
내가 만들지 않은 빵. 역시, 사 먹는 게 맛있었다. 하지만 내가 내 취향대로 만든다는 것, 만들 수 있다는 것, 내가 만든 것을 나눌 수 있다는 것, 베이킹에 대한 애정을 갖고 궁금한 것을 찾아본다는 것..... 하나의 새로운 취미가 생긴다는 것은 하나의 새로운 시각을 갖는다는 것, 내가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지금 베이킹의 수준은 비루하지만, 지속적으로 천천히 시간을 들여, 만들 수 있는 것들의 개수와 베이킹에 대한 지식을 늘려가려고 한다. 이를 악물고 하는 취미가 아닌, 천천히 즐겁게 음미하는 취미.... 그래서 오래오래 이어질 수 있는 취미. 이렇게 나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