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하유지향 Jun 16. 2022

아보카도 이야기

유다른 둘째에게 미안하다



어쩌다 연년생 아보카도 셋을 키우고 있습니다.

둘째는 원줄기를 잘라 삽목 한 녀석입니다. 이름은 유비라고 하지요.

이 녀석이 처음 틔운 잎은 첫째 관우와 셋째 장비와는 사뭇 다른 모양과 형태를 가졌습니다.

한 번 다르게 보기 시작하니 자꾸 눈에 거슬렸지요.

잎맥은 손등의 혈관처럼 검푸른 빛깔에다 잎은 노란 끼가 감도는 초록입니다.

그리고 입술 모양에 가까우면서 매끈하지 않고 올록볼록 한 모습입니다.



다른 두 녀석은 붉은기가 돌다가 점점 진해지면서 맨들 거리는 초록잎을 가졌었거든요.

처음에는 둘째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보카도 나무가 한 종류만 있는 건 아니더군요.

곧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이 둘째가 타고난 유다른 특징이라는 것을 알고는 참 많이도 미안해졌습니다.


셋 중에 하나가 유독 다르다고 해서 그걸 문제 삼은 제가 더 문제였습니다.

유다름을 문젯거리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으니까요.


요즘 들어 부쩍 엉키는 열 오른 인식 회로를 차갑게 식혀줄 무언가가 필요한 듯합니다.

얼음 가득 커피 한 사발 해야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아보카도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