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져도 취하리라
나는
부서지기 쉬운 존재
부서질 것이 두려웠으므로
부서지지 않으려 했으나
끝내 부서진 존재
부서지기 전에는 저녁을 먹는 동안
와인을 따라 마셨고
부서진 뒤에는 설거지할 동안
바라볼 수 있게 꽃을 꽂았습니다
부서지기 전에는 와인에 취하고
부서지고 난 뒤에는 꽃에 취했습니다
늘 취해 있어라. 다른 건 상관없다. 그것만이 문제이다. 그대의 어깨를 눌러 땅바닥에 짓이기는 시간의 끔찍한 짐을 느끼지 않으려거든 쉼 없이 취하라.
무엇에 취하냐고? 술에든, 시에든, 미덕에든, 그대 마음대로. 그저 취해 있어라.
그러다 이따금 궁전의 계단에서나, 도랑가 풀밭에서나, 그대 방의 적막한 고독 속에서 깨어나 취기가 반쯤 혹은 싹 가셨거든 바람에게나, 물결에게나, 별에게나, 새에게나, 시계에게나, 그 무엇이든 날아가거나, 탄식하거나, 흔들리거나, 노래하거나, 말하는 것에게 물어보라. 지금 무엇을 할 시간인지 그러면 바람은, 물결은, 별은, 새는, 시계는 대답하리라.
'취할 시간이다! 취하라. 시간의 고통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거든 쉼 없이 취하라! 술에든, 시에든 미덕에든, 그대 원하는 것에.'
- 보들레르의 시 <취하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