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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하유지향 Aug 06. 2022

풍경의 발견

부서져도 취하리라

나는

부서지기 쉬운 존재

부서질 것이 두려웠으므로

부서지지 않으려 했으나

끝내 부서진 존재


부서지기 전에는 저녁을 먹는 동안

와인을 따라 마셨고

부서진 뒤에는 설거지할 동안

바라볼 수 있게  꽃을 꽂았습니다

부서지기 전에는 와인에 취하고

부서지고 난 뒤에는 꽃에 취했습니다



   늘 취해 있어라. 다른 건 상관없다. 그것만이 문제이다. 그대의 어깨를 눌러 땅바닥에 짓이기는 시간의 끔찍한 짐을 느끼지 않으려거든 쉼 없이 취하라.

   무엇에 취하냐고? 술에든, 시에든, 미덕에든, 그대 마음대로. 그저 취해 있어라.

그러다 이따금 궁전의 계단에서나, 도랑가 풀밭에서나, 그대 방의 적막한 고독 속에서 깨어나 취기가 반쯤 혹은 싹 가셨거든 바람에게나, 물결에게나, 별에게나, 새에게나, 시계에게나, 그 무엇이든 날아가거나, 탄식하거나, 흔들리거나, 노래하거나, 말하는 것에게 물어보라. 지금 무엇을 할 시간인지 그러면 바람은, 물결은, 별은, 새는, 시계는 대답하리라.


  '취할 시간이다! 취하라. 시간의 고통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거든 쉼 없이 취하라! 술에든, 시에든 미덕에든, 그대 원하는 것에.'

                                                                               

                    - 보들레르의 시 <취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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