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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하 Jun 08. 2024

비전공자 개발자가 가장 외로울때 = 친구들이 성공했을때

비전공자 개발자로 살아남기

비전공자 개발자가 가장 외로울 때가 언제냐구요?

내가 어느덧 개발자 생활을 시작한지 1년 반 정도가 되어갈 때 쯤이었다. 힘들었던 해양대 생활을 같이 한 친구들과 항상 친구들의 휴가 시즌이 되면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 친구들이 휴가를 내리면 이번 배는 어땠는지 회포를 풀어놓곤 한다. 근데 이번 휴가는 나에게 주는 의미가 사뭇 달랐다. 친구들이 진급을 한다는 것이었다. 분명 나랑 똑같이 3등 항해사였던 친구들이었는데, 벌써 2등 항해사, 2등 기관사로 진급을 한다고 하는 것이다. 작은 회사에 다니던 친구들은 훨씬 더 빠른 시기에 이미 진급을 했다고 하더라.


그리고 무엇보다 차이가 나기 시작하는 건, 금전적인 부분이었다. 배에서 모든 숙식을 해결하면서, 나보다도 훨씬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 친구들 중에 착실하게 모은 친구들은 벌써 1억을 모은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친구들을 만나고 왔다는 기분좋은 생각이 아니라, 나는 왜 저 친구들보다 뒤쳐져 있는 걸까. 내가 무슨 부귀 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런 소수의 길에 들어서서는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도 배를 내리지 말고 조금 더 탔어야 했나? 남들은 다 2등 항해사, 기관사 직을 따는데, 나만 패배자 같이 3등 항해사에서 경력이 멈추었다는 소리를 듣게되는 건 아닐까 하고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러다 보니 휴가때 친구들이 나에게 보내주는 연락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만나서 배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 놓고, 나도 이제 이해 못하는 말들을 늘어놓기 시작하면서 약간의 거리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저 친구들에게 나는 어떻게 보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저 친구들은 이 산업을 잘 모르니까, 내가 있는 회사는 30명 남짓한 흔히 말하는 ‘좋좋소’로 보고 있었을 지도 모르고, 영하는 왜 저런 다른 길을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는 혼자만의 자격지심에 빠지는 날도 있었다.


그런 생각들이 내 머리를 지배하는 날에는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도 극복해 낼 수 없는 날들이 있었다.


남들보다 뒤쳐져 보일 때, 극복하는 법

하지만, 지금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내는 것 뿐이었다. 어느 날에는 회사에 요청을 해서 학회에 나가보고 싶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부족한 실력이지만 잘 정리해서 국내 학회에 간 날이었다. 내가 참석했던 학회는 해양대 사람들이 거의 지배적으로 많은 학회이기 때문에 아는 사람들을 만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참석했던 세션에는 학교 실습선에서 일하시던 교관님이 있었다. 속으로는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 지 혼자만의 상상에 빠지기도 했지만, 일단 내가 준비한 것을 잘 해보려고 했다. 그러고 나서는 내 발표 순서를 마치고 그 교관님이 걸어와서, 나에게 많은 칭찬을 해주고 가셨다. 그날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 사실은 내가 남들보다, 내 친구들보다 뒤쳐져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남들이 걸어오지 않았던 일을 또는 남들이 나중에 걸을 길을 조금 빨리 선두 자리에서 달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선두 그룹은 원래 바람을 가장 먼저 맞는 자리이니까.


우리 학교의 특성 상, 3년 정도 의무적으로 선박에 승선하면 군대에 복무한것과 같이 인정하는 승선근무 예비역 제도가 있다. 그러다보니 남학생들은 3년정도 배를 타는 것이 당연한 관습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이제 주변에서 3년 시마이 (우리끼는 속된 말인데, 3년 근무를 마쳤다는 말이다) 를 한 친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나에게도 연락이 오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제 3년 근무를 마치고, 육상에서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하면서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평소에는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남자 사람 친구들에게 연락이 오는 경우가 참 많았다.


그 친구들과 만나서 가볍에 밥 한끼, 차 한잔을 하고 들어오는 날이면 나는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나는 그냥 조금 먼저, 고생하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 친구들의 고민은 이제 시작이었다. 배에서는 본인의 진로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게 되는 날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주어진 일을 처리하기도 하루하루가 바쁘니까 말이다. 그 친구들은 이제 그 진로에 대한 고민을 이제부터 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그냥 조금 다른 길을 선택한 것 뿐이니까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그냥 조금 남들과는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남들이 다 닦아 놓은 길을 뒤따라 걸어가는 것은 어렵지가 않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일도 없고, 어느 길로 가야하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나는 남들이 닦아 놓은 길을 뒤따라 가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그 길을 닦는 사람이 되고 있다는 것을 꺠달았다. 항해사로 근무하였던 사람이, 개발자가 되어서, 항해사들을 위한 개발과 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은 정말 많지 않으니까 말이다. 내가 내 전문성을 인정해 주기로 했다.


나에게 많은 힘이 되어주는 남자친구가 나에게 자주 해주는 말이이 있다. 너는 지금. MJ(마이클 조던) 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라면서, 자부심을 가지라고!

그래, 나는 지금 자율 운항 선박 분야에 마이클 조던이 되어가고 있는 거고, 나중에는 이 순간을 내 책에 한장으로 적는 날이 올거야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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