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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하 May 06. 2024

(희망편)비전공자 개발자 1년차에게,프로젝트 리더를?

비전공자 개발자로 살아남기 희망편

데모 영상을 만드느라 집에 못갔습니다

분명 이 글의 제목이 비전공자 개발자의 희망편이라고 하기는 했는데 소제목이 왜이러냐고 ? 일단 한번 들어보시라.


어느 정도 프로젝트의 구성이 갖춰져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이사진에게 요청이 하나 왔다. 우리가 만드는 프로젝트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데모 영상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기존에 만들었던 영상들을 정리해서 보내주기만 하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이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우리가 만든 프로젝트에 대해서 30초도 안되는 영상을 보면서, 사람들이 우리 제품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하니까 가장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약간의 후반작업이 필요했다. 그러다보니 기한을 맞추기 위해서 어쩔수 없이 야근을 하게 되었다. 내 마음속에 천사와 악마같은 것들이 하루 종일 싸웠다. 어차피 아무도 이게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를텐데 대충 만들자는 악마와, 그래도 내가 만든 내 자식같은 아이들인데 야근을 조금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결과물을 내보자 하는 천사하고 말이다.


내가 만든 결과물을 우리팀 담당 이사님이 확인을 해주셔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사님도 남아서 야근을 하게 되셨다. 속으로는 정말 눈치가 많이 보였다. 내가 빨리 결과물을 만들지 못하면 저 사람의 가족들도 저 이사님을 기다릴텐데, 내가 지금 저 사람의 소중한 하루도 빼았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 악마의 목소리는 무시해버린채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완성을 해서 이사님께 보여드리고, 이사님도 이정도면 되었다며, 고생했다고 얼른 집에 가라고 했다. 그러고는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대학교 시절의 내 모습과 너무 비교가 되었다. 그 시절에는 12시까지 넘어가면서 공부를 해야하는 시험기간이 온다면, 그때는 마음속에 천사와 악마도 없었다. 오로지 악마의 목소리 뿐이었다. 내가 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내가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일을 잘하기 위해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닌, 오로지 A+을 받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떠한 능동적인 동기도 존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우선 내가 이 일을 하는 일이 너무나도 좋았고, 그로 인해서 만들어진 능동적인 성과도 동기를 부여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앞서 말했던, 다른 사람들의 인생이 나에게도 부분적으로 존재한다는 그런 부담스러운 책임감도 일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렇게 나도 직장인이 되어 가고 있었다.


싱가포르 사람들 앞에서 하는 데모데이

우리 프로젝트가 많은 회사들에 관심을 받았고, 그 중의 하나로 싱가포르의 어떤 기관에서 우리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자 우리 회사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해서 실시간으로 프로젝트가 구동되는 것을 설명해야 했다.


그래서 프로젝트 실무 리더인 내가, 다른 사람들의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모으고, 문제점을 확인해가면서 차질없이 준비해야 하는 중간 과정이 필요했다. 어떤 날보다도 너무 긴장되는 주간이었다. 커다란 화면에서 우리의 프로젝트가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마음을 놓고 집으로 향했다.


근데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너무 가벼웠다. 평소의 내 성격은 긴장도 많이 하는 성격이고, 항상 고민을 사서 하는 성격이다. 근데 이상하게도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긴장되거나 걱정되는 것이 없었다. 일단 프로젝트라는게 너무나도 명확했다. 우리의 팀원들이 너무나도 잘 만들어줬고, 그리고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서 사전적으로 확인하고 나니, 걱정될게 하나도 없었다.


내가 일하면서 걱정되고 고민되는 순간이 생길때마다 마음속으로 되뇌이는 문구가 하나 있다.  “긴장되거나 떨리는 순간이 온다는건, 그 분야에 대해서 내가 모르는게 많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견뎌내고 정진하면 그 일은 더이상 긴장되거나 떨리는 문제가 아니라, 당연한 문제가 된다”


초등학교 때 즈음인가. 처음 컴퓨터를 접하는 날을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컴퓨터를 켜고 끄는 것부터도 너무 긴장된다. 컴퓨터를 망가트려서 언니나, 부모님한테 혼나지는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그러다가 이제는 컴퓨터를 끄고 켜는것은 아무 문제도 아니고, 문제가 생겨서 잘 돌아가지 않는 때가 된다면 비상 종료 까지 하는 것도 껌이다. 이제는 그것은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듯이, 지금 어렵고 힘든 것은 나중에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되어 버릴것이며, 긴장되고 떨리는 것은 내가 잘 몰라서이기 때문에, 그 긴장감이 사라질때까지 노력하면, 아무런 걱정도 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지금 프로젝트가 딱 그랬던 것이다. 처음에는 고민도 많고, 걱정도 많아서 팀원들한테 짜증내고 투정을 부릴 때도 있었다. 근데 이제는 그건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것처럼. 나도, 이 프로젝트도 완성이 되어가고 있었다.


결론:

우리 프로젝트를 사업개발하시는 팀분들이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주신 덕에 CES 라는 유명 전시회에서 혁신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나만의 노력도 아니고, 그들만의 노력도 아니다. 모두의 노력이 모여서 이렇게 긍정적인 결과를 얻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때 만해도 나는 1년차 개발자였지만.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시점에는 나는 2년 반차 개발자가 되어 있었다.


제목에도 적었지만, 이 글은 비전공자 개발자들의 희망편이 되었으면 하는 글이다. 처음에는 비전공자든 전공자든 실무에 뛰어 들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의 프로젝트를 판매한다는 것은 정말 보통일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이 글을 통해서 그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이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인거 같다. 그냥 일을 전달 받아서, 남이 시켜서, 돈을 받아야 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정말 이 프로젝트를 사랑하고, 프로젝트와 나를 동일시 해서 만든 결과물은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하나의 프로젝트였지만, 나에게는 개발자라는 일을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 그것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희망편 글을 개발자라는 일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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