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빵이 May 19. 2024

유효기간 1년짜리 개발자

비전공자 개발자의 개발 권태기 탈출기

나는 뭐든지 쉽게 질리는 사람일까?

    개발자 경력이 1년차 될 때쯤, 이제 정신없이 회사를 출근해서 퇴근하는 시기가 끝났다. 회사를 출근해서 못알아 듣는 단어들만 찾아보다가 몇분이 훌쩍 가버리는 경험도 적었고, 내 의견도 어느정도 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제 점점 일에 대한 친숙화가 높아짐에 따라서, 그만큼 매너리즘이 나를 찾아오고 있는게 느껴졌다. 컴퓨터에 아무 생각도 없이 코드를 써내려 가는 시간도 생기고, 아무 생각도 없이 알고리즘을 구성하다가, “아 이러면 안돼 생각이 없어지면 안돼” 하고 다시 일을 시작하기도 했다.


    요즘 내 주변에도 개발자분들이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이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더 좋은 커리어를 위해서 떠나시는 분들도 물론 존재하지만, 너무 이 반복적인 회사생활에 신물이 나버려서 환경 자체를 바꿔 버리는 것이었다.


   나 역시도 이런 반복적인 생활에 지쳐 이 일을 더이상 사랑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고민들이 생겼다.


개발 권태기도 실력이 있어야 오는거 아닌가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이런 생각이 들어도 되는건지 부끄러워졌다. 나보다 훨씬 실력이 좋고,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해오신 분들도 열심히 매일매일을 살아가고 있는데, 이제 갓 시작한 내가 이런 생각을 해도 되는가 하고 말이다.


    책을 한권만 읽은 사람이 가장 무섭다고 하던데, 내가 딱 그런 사람이 되어버린것 같았다. 개발 서적 1개만 읽어보고, 나 이제 개발자야. 개발 루틴 다 알고, 알고리즘도 다 알아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개발 권태기 탈출기

     이 권태감에 사로잡혀 살고 싶지가 않았다. 이 세상에 내가 해결하지도 못하고, 어려운 일이 얼마나 많을텐데 나 잘났소. 하고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일단 무작정 고년차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매일매일 성취감을 느끼고 동기부여를 하냐고 말이다. 나보다 먼저 일을 시작했던 사람들이고, 나처럼 이 고민을 먼저 해봤을 법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대로 시간이 지나면 내가 저 사람들 처럼 되어 있을 거니까.


    하나같이 입을 모아서 하는 말들은 같았다. 본인들도 매일이 즐겁고 매일 성취감이 들지는 않는 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성취감이 드는 시간이 존재하는 건 각자 달랐다. 오류를 한참 고민하다가 찾아냈을때 그 후련함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고, 개발을 하는 화면을 번쩍번쩍하게 클릭을 할때마다 기분이 좋고, 타자를 칠때마다 지루하지 않게 하는 것에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었으며, 다른 사람들이 질문했을 때 친절하게 알려주면서 그것에 뿌듯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 행복감을 느낄수 있는 개발자인가?


    내가 이 1년 간의 개발자 생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생활을 해보면서 성취감을 느꼈었던 순간이 언제인지를 돌이켜봤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성공적으로 데모를 했을때도 기분이 좋았고, 소소하게 매일매일 목표로 했던 일을 다 하고 집에 돌아갈때도 좋았고, 내 담당 이사님께 업무 보고를 했을때 너무 만족스러워 하시는 순간들이 좋았다.


   그렇다면 내가 기운이 빠지고, 이 일이 하기 싫다고 생각할때는 언제인지도 객관적으로 돌아봤다.


    단순하게 보고서를 만드는 일이나, 루틴하게 소히 “쳐낸다” 하는 일을 할때가 싫었다.


   이렇게 돌아보고 나니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 순간인지가 명확하게 보였다. 그러고 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순간들로 내 하루를 채우고, 싫어하는 순간들을 피할수는 없으니, 최대한 빠르게 처리해보고자 했다.


    그래서 하나의 나만의 루틴을 만들기로 했다. 바로 연구노트를 쓰는 것이었다. 대학원에서 연구를 하시는 분들에 대한 유튜브를 보게 되었는데, 그분들은 본인들이 연구하는 내용에 대해서 기록하고 통찰하고자 연구노트라는 것을 틈이 날때마다 쓴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무작정 연구노트라는 것을 검색해서 샀다. 처음에는 어떤 내용을 적어야 할지 막막했는데, 일단 todo list를 적는 것 부터 시작했다. 오늘 해야할일을 적어두고 하나씩 클리어해가는 맛이 있었다. 일을 하기 싫거나,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순간이 오면, 최대한 더 작게, 이보다 더 작게 자를 수 없을 정도로 일을 나누고 하나씩 클리어 해나갔다. 그러고는 먼저 처리해야하는 일과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의 우선순위를 나눴다.


   여기서 중요했던 건 내가 좋아하는 일을 먼저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를 수 있겠다. 하기 싫은 일을 먼저 처리해버리고 하루를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을수 있고, 그 반대의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후자 였다. 일단 싫어하는 일부터 하려고 하니, 아침의 시작이 별로 경쾌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 처리하고 나면, 그것에 내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버려서,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시작할 때 충분히 즐길 만큼 여유가 없었다.


   그리도 두번째로는 내가 지금 생각하고 ,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끄적끄적 적어두었다. 생각나는대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내가 왜 이렇게 생각의 꼬리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는지 다이어 그램을 그리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다이어리 꾸미기를 하는 것처럼 뒤돌아봤을때 뿌듯할때도 있고, 생각이 명확하게 정리가되면서 성취감이 남달랐다.


그래서 완벽하게 권태기가 지나갔냐고?

     대답은 아니다. 지금도 매일매일 지겨운 순간이 오고, 하기 싫은 일들이 찾아올때도 있다. 하지만 하루의 일이 100이라고 할때,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90퍼센트 정도는 된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다른 일을, 어떤 일을 한다고 했을때 이만큼의 비율을 유지할수 있을까라고 생각해봤는데, 단연코 다른 아무것도 없었다.


    이게 바로 지금까지도 내가 개발과 연구를 사랑하는 이유다.

이전 15화 (희망편)비전공자 개발자 1년차에게,프로젝트 리더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