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 개발자로 살아남기
원래 항해사로 일했던 나에게는 웬만큼의 업무 로드로는 힘들어 본적이 없었다. 6개월에서 9개월에 가까운 시간동안 휴일도 주말도 없이 하루의 최소 8시간 최대 20시간까지 반복적으로 일했던 나에게는 개발자라는 직업은 워라밸이 미친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코딩 학원들이 길거리에 판을 치고, 네카라쿠배에 대한 연봉이 사회에 자주 공개되면서 , 사람들은 업무량 대비 가성비가 좋은 직업이다라고 개발자를 칭하기도 하는 듯 하다. 그리고 work from anywhere 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개발자들이 아무데서나 , 원하는 시간에 본인의 업무 역량만 만족 시킬수 있으면 재택이든, 해외여행을 가든 상관 없어하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회사들도 등장해서, 개발자의 워라밸을 좋게 생각하는 흐름이 지배적인 듯 했다.
나 역시도 실제로 개발자가 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아무데서나 언제든지 일할 수 있다는게, 마냥 좋기만 한 일일까?
내가 이런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던 몇가지의 에피소드 들이 있다. 우선 입사하고 나서 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을 때, 데드라인을 타이트하게 잡을 수 밖에 없는 시점이 있었다. 전달사항을 받았던 때가 금요일 경인데, 데드라인이 월요일일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일단 어쩔수 없는 일이니 주말을 반납하고 업무의 마감일을 맞췄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해외 여행에 갔던 날이었다. 분명 한달정도 전에 휴가를 미리 써두었고, 휴가 기간동안 급한 일을 요청 받지 않기 위해서 미리미리 업무 요청을 받아 마무리를 한 상태로 여행을 갔었다. 하지만 급하게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해줄 수 있냐고 연락이 왔었다. 원래 나의 성격이라면 노트북을 챙겨갔겠지만, 이번 휴가만큼은 정말 완전하게 분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노트북을 들고가지 않았었는데, 이런 요청을 받으니 당황스러웠다. 개발자가 아니라 다른 직업이었다면 이런 에피소드가 없었겠지만, 내가 해외든 우주든 일을 할수 있다는 그런 특징이 나에게 이런 일화를 만들어 주었다.
처음에는 나도 나의 워라밸보다는 나의 성장을 최우선 순위로 두었기 때문에 워라밸을 반납하고 주말 휴일 없이 일하던 개발자 시절이 있었다. 이런 내 생각을 바꾸게 만든 때가 있다. 내 뒷자리 동료도 나처럼 주말, 휴일 없이 일하던 사람이었는데 그분이 대상포진에 걸리고, 컨디션 난조가 찾아오다가, 다른 직장으로 (물론 좋은 이직이었다) 옮기시게 되었는데, 우리팀 이사님이 원래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고 말을 했었다. 그 말에 내 동료는 저는 그럼 졌습니다 하하. 하고 퇴사하는 때가 기억이 난다. 물론 그분은 절대로 진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나는 건강하게 오래 이 일을 버텨내고 싶었다. 그러던 중에 나에게도 똑같이 대상포진이 찾아왔고, 나에게도 일과의 온오프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
그렇게 강제로 온오프를 실행해야 하는 때가 온거다. 그래서 나는 무조건 8시 출근 5시 퇴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똑같은 업무량을 더 적은 시간내에 해내려면 엄청난 집중력과 효율이 필요했다. 그럴때 마다 나는 우리팀 이사님을 보면서 아이디어와 자극을 얻었었다. 나보다 몇배는 더 많은 업무량과 회의를 소화하면서, 5시에는 정시 퇴근을 해 가족과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 나는 훨씬 더 적은 일을 하고, 아이도 가정도 없으니 더 나은 환경이 아닌가 자문을 하면서, 매 시간 마다를 이게 최선인가? 더 효율적일 수는 없었는가를 계속 따져 보았다.
그 결과 거의 매일 8시 출근 5시 퇴근을 할 수 있었고, 일에 대한 마감 처리는 물론, 내 건강도 빠르게 회복 될 수 있었다.
개발자라는 직업의 워라밸에 대해서, 한마디로 요약해보자면, 개발자의 워라밸은 회사가 아니라, 당신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