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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빵이 Mar 09. 2024

공들인 개발 프로젝트는 내 자식과도 같다

프로젝트 끝나고 울어 본사람?

프로젝트로 시연을 하라고요?


    나의 첫 프로젝트가 끝나고, 두번째 프로젝트가 주어졌다. 바로 12미터의 크기를 가진 자율 운항 선박에 대해서 혼자의 힘으로 접안을 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자동차로 치면 사람없이 주차장에 주차를 하라는 것이었다. 자동차와 배의 가장 큰 차이로는 자동차는 땅 위에 똑바로 서있을 테지만, 배는 움직이는 파도에 대해서 영향을 받으면서도 정확하게 위치를 잡을 수 있는게 보통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내가 일반적인 자율 주행 자동차 개발자였고, 이 동일한 프로젝트가 주어졌다면 , 오히려 자신만만하게 접근했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배가 접안에 대해서 가지는 어려움을 잘 몰랐을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더 용감하고, 알면 알수록 두려워진다는 말처럼, 나는 내가 항해사로 일해봤었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가 가지는 어려움에 대해서 백배 천배 겁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나에게 이미 이 프로젝트가 주어졌고, 이 프로젝트의 기한도 정해졌으며, 결과물의 형식도 실제 선박으로 접안을 하는 것을 시연을 하라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어려운 일이니, 사람들이 도전하는것에 더 큰 의미가 있을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뭐가 문제야 진짜!


    알고리즘에 대해서 검증을 하기 위해서는 시뮬레이션을 하는 방법이 있고, 실제 선박에 적용을 해서 실험을 하는 방법이 있었다. 선박의 특성상 한번 구동하는데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이 필요했기때문에 한번 실험을 할때 엄청 정홛한 실험을 하기 위해서 사무실에서 많은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하지만 실제 선박에 적용해서 성공한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내가 생각했을때는 거의 다왔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코앞에서 도착지점을 놓쳐버리기 일수였다.


    이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기획하신건 우리팀 이사님이셨지만, 실제로 실험을 자주가고, 프로그래밍을 수행하는 것은 실무자인 나였기때문에, 내가 가지는 부담감은 말로 형용할 수가 없었다.

 

    정말 일때문에 잠이 안온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었을까.‘뭐가 문제지 ? 뭐를 내가 잘못만들었을까? 처음부터 다시해야 하지 않을까? 근본적으로 잘못된거 아닐까?'


    이 배가 장애물에 부딪혀 망가져 버리지는 않을지, 내가 시연에 마감일을 맞출수 있을지부터 내가 정말 이 개발자라는 직업과 맞는지까지 생각의 꼬리는 끝도 없이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정말 점심시간도 자진해서 반납하고 혼자 실험 장소에 남아서 골똘히 생각하는 날도 많았다.


    불안하다는 생각만 하면 달라지는건 아무도 없겠다 싶어 먼 타지에 실험을 위해서 잡았던 숙소에서 늦은 밤 다시 노트북을 펴고 자리에 앉았다. 다시 처음부터 코드를 보고, 하나하나 파라미터를 바꿔보기도 하고 별의 별 일을 다해본 것 같다. (사실 실험할때 기도도 해봤다. 하느님 부처님 아무나 좀 들어주세요 하고 말이다)


    결국 수 많은 시도 끝에 실험에 성공한 날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어진 의문으로 '왜 된걸까? 뭐가 달라진거지? 진짜 최종적으로 데모를 하는 날 잘 안되면 어쩌지?'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지만, 그리고 이 정도가 되니 어느정도 내 결과물에 대한 확신도 있었지만, 해상 환경이라는 것은 약간의 변화에도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기때문에 안심할 수는 없었다.


저.. 눈에서 나는 거 눈물인가요 ?

    드디어 데모 데이가 되었다 ! 나는 날씨부터 걱정이 되었다.. 날씨가 잔잔해야 선박이 예기치 못한 변수에 놓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파도부터 바람까지 모든 것이 나의 걱정의 대상이었다.


     앞에 수많은 군함들이 도열하고, 이제 드디어 내 데모의 차례가 되었을 때, 내가 만든 프로그램에 실행버튼을 누르면서 속으로 기도를 시작했다. '제발 되라, 제발 되라 ! 다른 때에는 내 속을 썩였여도 되는데 지금은 아니야 !'


     차근차근 선박이 내가 짜놓은 코드대로, 진행을 하더니 정확히 ! 내가 원하는 위치에 도착했다. 그러고는 진짜 눈물이 났다. 올림픽에 나오는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면 파워 T인 나로서는, 그다지 이해가 되지는 않았었다. 근데 그게 막상 내가 되니 느낌이 달랐다.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이 모든 것이 제대로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맥이 탁 ! 풀리면서 눈물이 주루룩 났다.


'끝났다 !...'


     그동안 수많은 실패들에 보상을 한번에 받는 기분이었다.그리고는  바로 들었던 생각은 이거였다.


나 개발자라는 직업이랑 잘 맞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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