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등대 Jun 24. 2022

포옹 :

고귀한 두 영혼의 만남

심장박동과 호흡을 함께하는 것

가장 순수하게 서로를 지지해주는 것

고귀한 두 영혼이 만나는 것


포옹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을 또는 사람끼리 품에 껴안는 것이라 한다.

4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포옹이란 단어를 들으면 다정다감한 연인의 모습이 먼저 떠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삶에서 포옹을 했던 기억이 별로 없다.

고작해야 여자 친구와 했던 포옹이 내 기억의 마지막이었다.

그런 내 머릿속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강렬한 이미지가 연인끼리의 포옹이었으리.


그 해에 나는 논산 KT&G 상상마당에서 진행된 청소년 캠프에 사진을 찍으러 가게 되었다.

3박 4일 동안 진행된 캠프에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약 50여 명의 학생이 왔다.

캠프를 진행하는 선생님은 대략 12명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청소년 캠프답게 정적인 진행보단 역동적인 커리큘럼으로 첫 만남의 어색함을 풀어나갔다.

하지만 그곳은 청소년들이 그냥 재밌게 노는 수련회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존중하며 대화하는 방법,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 그리고 꿈을 실현시켜 나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나눠보는 캠프였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포옹을 하는 시간이었다.

포옹의 장을 진행하는 선생님이 나와 설명을 해주신다.

이건 이성과 하는 포옹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 존중하며 하는 포옹이라고.

초등학생들의 아우성이 들린다. 그건 죽어도 못하겠다며.

고학년 학생들은 굳이 표현만 안 했을 뿐 전체적으로 어색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선생님 두 분이 앞에 나와 시범을 보여준다.

일정 거리에 서서 서로의 눈을 바라본 후 각자 한 발자국씩 다가가 깊게 안아주었다.

단 토닥토닥거리거나 머리를 쓰다듬거나 하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동등한 존재로써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포옹의 장은 처음의 어색했던 분위기가 무색할 만큼 모두가 몰입하기 시작했다.


남자, 여자, 아이, 성인 할 것 없이 서로가 서로를 동등하게 마주하며 포옹을 한다는 것.

전율이 느껴졌다. 그 모습은 마치 고귀한 두 영혼이 서로를 마주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두 영혼이 하나가 되는 듯했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한 것 같다.


그때 이후로 나는 포옹이란 단어를 들으면 4년 전 청소년 캠프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나에게 있어 포옹이 연인과의 애정표현에서 동등한 관계로써 서로를 지지해주는 행위가 되어버린 것이다.

서로의 영혼을 안아주는 듯한 포옹이 정말 인상 깊었고 아름답게 느껴진 까닭이다.


아직 내 삶에선 특히 남자와 남자의 포옹, 연인이 아닌 이성친구와의 포옹은 어색하기만 하다.

그래도 나는 꿈을 꿔본다. 나와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인사로 포옹을 하는 꿈을.

그렇게 만남과 헤어짐의 시작과 끝에서 존중과 안녕을 전해주는 꿈을 말이다.


4년 전 캠프에서 - 










작가의 이전글 창조적 사진의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