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터우 도서관
더 이상 도서관 구경에 관심 없는 줄 알았던 내가.....
젊은 날엔 책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도서관을 찾아 여행을 가면 뭔가 일어날 것만 같았다.
나에게도 동화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생길 것 같았다.
도서관 설립으로 유명했던 벤자민 플랭클린을 따라 펜실베이아까지 갔었다.
일본인이 존경하는 인물 중 주경야독해서 곳곳에 동상이 세워진 사람, 니노미야 킨지로. 도쿄 여행에서 일부러 찾아가 사진을 찍던 시절도 있었다.
몇 십만 권의 책을 소장했다는 칼 라거펠트 디자이너 이야기를 신문에서 스크랩했었다.
책과 가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큰 글자 책도 읽기 버거운 나이. 더 이상 잡을 수 없는 이상을 좇지 않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그 로망이 남아 있었던 걸까.
여행의 컨셉은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문학관이 아닌 줄 알았는데..... 자연 여행인 줄만 알았는데
베이터우 도서관에 갔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는 말에 끌렸다.
외관만 인증 사진 찍는 게 싫었다.
도서관에 왔으면 뭔가 읽어야지.
젊은 날 어느 한 장면처럼 베이터우 일층 도서관 넓은 책상 앞에서 뭘 할까.
나이 든 내가 펼친 건, 여행책자. 읽을 수 있는 건 우리말뿐이니까.
책장을 넘기다 베이터우 근처 관두역에서 단수이까지 달리는 자전거 전용도로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관두역 근처에 아주 오래된 관두절도 있다고. 용산사 밖에 몰랐는데, 더 오래된 절이라니까 궁금증을 불렀다. 전철 타고 단수이까지 가려던 목적을 바꿔 관두절도 볼 겸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관두역에서 나와 유바이크를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며 현지인에게 물었다.
-유바이크가 어딨을까요?
-우리도 유바이크 찾는 중이에요.
커플로 보이는 현지인과 함께 관두역 근처에서 유바이크 거치대를 찾았다.
-어디로 가요?
-단수이요.
-길은 알아요?
-아뇨.
-우리는 타이베이로 갈 건데, 단수이와 타이베이로 갈라지는 길까지는 같이 갈 수 있어요.
그들과 같이 도로를 쌩쌩 달렸다. 앞에서 보내는 수신호를 따라 혼자라면 엄두도 못 냈을 차도를 달렸다. 해안길 자전거 전용도로가 시작되는 관두절 앞에 이르자 대만 바이커가 말했다.
-아주 오래된 절인데, 구경하고 싶으면 들렀다 가도 돼요.
절은 공사 중이었지만 개방되어 있었다. 절보다 해안가를 달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강을 따라 길이 갈라졌다. 그들은 타이베이로, 나는 단수이로 향했다.
베이터우 도서관에서 몇 자 읽다 즉흥적으로 탔던 자전거길.
단수이의 노을보다 바람을 맞으며 맹그로브 해안길 물결 따라 내내 달렸던 추억이 가슴속에 소장되었다.
친절한 바이커 커플과의 만남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