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AI 학습시키는 시대
아이들 수업 자료를 만들기 위해 타이핑하기가 귀찮았다. 책을 펼칠까 하다 워낙 잘 알려진 책이니까 어딘가 자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만든 자료를 그대로 다운로드하여 사용하는 게 아니라, 단어로 빙고 카드를 만들 예정이었다.
A부터 Z까지 한 글자씩 단어만 찾으면 되는 거라 블로그 대신 제미나이를 돌렸다.
자료가 나왔다. PDF로 된 자료였다.
눈을 의심했다. 그건 몇 년 전 내가 어떤 강사의 수업을 들으면서 책을 만들기 위해 구글에 공유한 파일이었다. 구글 워크스페이스까지 자료가 공개되는 건가. 그러니까 구글의 영역 침범은 어디까지일까.
자료를 만들 당시 업무를 주도했던 강사는 나이가 조금 있었기 때문에 딸의 도움을 받아 구글 드라이브를 운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책까지 나왔는데 그 강사의 자료가 여태 공유 폴더에 그대로 남아 있었나 보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강사에게 연락해 지워달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내 구글 폴더에 있는 공유자료부터 확인해야 하는 건가.
그 강사 외에도 다른 사람과 구글 드라이브를 공유했는데....
나도 이 강사처럼 한 번 작업을 위해 올렸던 자료를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공유하고 있을 게 틀림없다.
구글 드라이브를 살펴봤다.
영상 수업할 때, 그림책 만들기 할 때 자료들이 그대로 있었다.
한 번 보고 싶었던, 외국 자료 번역한 공유 폴더는 연구자가 삭제했는지 자료가 없었다.
챗 GPT로 글을 쓸 때 내 자료를 통째로 집어넣었던 기억이 있다.
몇 번 입력하고 나서 답변을 받는 순간 내 자료가 모두 AI에게 넘어간 걸 알았다.
AI는 이렇게 전 세계에서 자료들을 모으겠구나.
어떤 어플이든 우리가 인터넷에 뭔가를 쳐서 올리는 순간 모두 AI의 학습자료가 되는구나.
그래. 그래서 지금 쓴 글 또한 공개자료가 되는 거다.
이걸 알았기 때문에 한 동안 모든 글을 내 서랍에만 두었는데.....
서랍에 있는 걸 끄집어내기 위해 마케팅을 펼치는 그들과 어떻게 세상을 공유해야 할지........
이젠 공공기관에서 조차 SNS 계정을 가지고 평가하는 시대라.....
어쩔 수 없이 서랍에서 글을 끄집어내야 했는데......
진짜는 숨겨둬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