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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작은 도서관

화성시 내집앞 배움터

by 조이스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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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기산동 sk뷰2차 아파트 안에 위치한 꿈길작은도서관은 4월부터 내집앞 배움터로

<노벨문학상과 글쓰기> 성인 대상 강좌를 열었다.

화성시 평생학습과의 2025년 근거리 평생학습센터, "이루리" 내집앞 배움터 사업으로 시행되고 있어 아파트 주민이 아니더라도 참가할 수 있다.


영화 보고 시 쓰고, 그림 보고 시 쓰고, 가수 보고 시 쓰는 시인

한강, 그녀의 일상 모든 것이 시가 되었나. 예민한 감수성이 시를 쓰게 하나.

관찰하는 것에서 인상 깊은 걸 자신의 언어로 기워내는 시인을 상상한다.

예전엔 고개를 갸우뚱하며 읽었던 시가 상세 배경을 알자 그때와 다르게 쉽게 읽혔다.


시의 배경이 된 영화와 그림, 책을 동시에 배운다.

르네상스 베살리우스와 같은 초기 해부학자들이 극장에서 영화 보듯 표를 팔아 해부를 관람하게 했단다. 올가 토카르추크의 소설 <방랑자들>에 등장하는 해부와 플라스티네이션 과정이 떠올랐다. 어떤 문우가 해부학책을 가져와 실감 나게 근육과 신경까지 박제한 걸 보여줬다. 지식은 또 다른 지식으로 연결된다. 어쩌면 우리의 지식은 다른 누군가의 그림자일지도 모른다. 짧은 두 시간 동안 호기심을 일깨운 아침 세상을 보는 시각이 확장된다.


마을의 작은도서관에서 이렇게 상당히 수준 높은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건

작은도서관이 배움터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화성시평생학습과의 정책이 있어서다.

물리적 공간은 있을 수 있지만 봉사자가 없으면 자칫 문을 닫기 쉬운 작은 도서관.

유급활동가로 학습매니저가 있기 때문에 운영의 어려움을 덜 수 있고 도서관은 항상 불을 켜고 빛을 발한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시가 쉽게 읽히는 건 함께 하는 강사와 수강생 덕분이다.

시 보는 눈이 없는 게 아니라 배울 기회가 없어 시가 낯설었을 뿐. 점차 익숙해지면 우리 모두 시를 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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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참여하면 스템프를 받는다. 15개를 채우면 선물을 받는 이벤트까지! 강사의 센스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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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극장 *

한강


한 해골이 비스듬히 비석에 기대어 서서

비석 위에 놓인 다른 해골의 이마에

손을 얹고 있다.


섬세한

잔뼈들로 이루어진 손

그토록 조심스럽게

가지런히 펼쳐진 손


안구가 뚫린 텅 빈 두 눈이

안구가 뚫린 텅 빈 두 눈을 들여다본다


(우리 마주 볼 눈이 없는걸.)

(괜찮아. 이렇게 좀더 있자.)


저녁의 대화 *

한강


죽음은 뒤돌아서 인사한다.

너는 삼켜질 거야.

검고 긴 그림자가 내 목줄기에 새겨진다.


아니,

나는 삼켜지지 않아.


이 운명의 체스판을

오래 끌 거야.

해가 지고 밤이 검고

검어져 다시

푸르러질 때까지


혀를 적실 거야

냄새 맡을 거야

겹겹이 밤의 소리를 듣고

겹겹이 밤의 색채를 읽고

당신 귓속에 노래할 거야


나직이, 더없이,

더없이 부드럽게.

그 노래에 취한 당신이

내 무릎에 깃들어

잠들 때까지.


죽음은 뒤돌아서 인사한다.

너는 삼겨질 거야.

검은 그림자는 검푸른 그림자

검푸른

그림자


*<제7의 봉인>에 부쳐


제7의 봉인을 보았다. 한강은 이 영화를 보고 시까지 썼다.

세기의 걸작이라는데, 나는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오늘에서라도 보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영화 읽는 법도 배워야 하나보다.


시인을 배우고

순대국밥을 먹으러 갔다


여기가 제일 맛있어요

순대맛집에요

회전율도 빨라요


청강생은 안된다며 문학관 소설반에서 쫓겨난 이에게

존재도 몰랐던 아파트 작은 도서관 강좌를 링크해 준 그녀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파블로 네루다

노벨문학상 수상 칠레 시인을 배우며 역사도 들여다봤다

우리와 똑같은 대통령제라는 걸 들은 건 지난밤

칠레 최초의 사회주의 대통령 아옌데가 군부 쿠데타로 죽고

독재가 22년이나 지속된 걸 오늘 알았다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릴 수 있을까 화두 아래

산 자가 산 자를 살린

노벨문학상과 탄핵이란 역사적 사건 아래

또다시 대통령을 뽑는


하루아침에 많은 걸 배웠다


허기질 때 생각나는 순대국밥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그녀는 구수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꿈길작은도서관은 독서 맛집이다


#경기도평생독서응원단 #꿈길작은도서관 #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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