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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동정

지금까지 몰랐던 오래된 사실, 돈으로 사는 것

by 조이스랑

선거 무렵 정치인의 책이 대필이 많다는 건 대학 때 알았지만

추천사를 돈 받고 쓰는 건지는 여태껏 몰랐다.

책이 훌륭해 써준다고만 생각했다.

누구한테 추천을 받느냐에 따라 등급이 나뉘어 있다는 것도 몰랐다.


책이 매대에 깔리는 게 돈으로 매대를 샀기 때문인 줄 몰랐다.

매대에 깔아도 이젠 팔리기 어려워 작가에게 남은 책을 떠넘긴단다.

그동안 업계를 너무 몰랐다.


작가가 오랜 꿈이었던 지인이 말했다.

"기왕이면 POD가 아닌 종이책으로 내고 싶어요."

출판 경험이 있는 작가가 말했다.

"선생님, 그게 재고의 문제가 있어요. 예약제로 책을 찍고 종이책이 안 팔리면 요즘은 작가한테 인세 대신 가져가라고 한다니까요."

둘의 대화를 듣다 내가 물었다.

"그건 자비 출판과 마찬가지 아닌가요?"

작가가 답했다.

"그렇죠. 근데 솔직하게 자비출판이라고 말하지 않고 돌려서 그런 식으로 말하는 출판사들이 늘고 있어요. 요즘 그래요."

한때 텀블벅에 올라오는 출판 지원 책들이 작가가 되고 싶은 개인이나 책을 내고 싶은데 자본이 부족한 독립출판물을 예약제로 올리는 펀드 모집인 줄 알았다. 출판사에서 기획해 올라오는 글이 다수라는 걸 몰랐다. 어째 디자인도 기획도 멋지더라니. 출판사 소속 직원들이 만들었으니 눈길을 끄는 건 당연하다.

자본이 근간이 되는 사회. 오래된 사실인데도 그동안 관심 밖이라 몰랐다.

차라리 모르는 게 나았을까. 그럴 리가.

그럼에도 어째 알고 나니 기운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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