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게 될 다이어트 도서관

화성동탄중앙도서관

by 조이스랑

그곳은 20년 가까이 비어 있었다. 철조망에 둘러싸여 불법 경작조차 할 수 없는 공터였다. 길을 지날 때마다 도심 한복판의 알짜배기 땅이 방치된 게 안타까웠다. 임대아파트 단지와 같은 학군이 될 수 없다며 분양아파트 입주민들이 반대한 결과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지역의 다른 학교로 반이 갈라져 꽤 먼 거리를 통학해야 했던 임대아파트 아이들도 고생이었지만, 그 학교들 역시 예상보다 많은 학생이 몰려 여러 차례 증축을 해야 했다. 공터와 증축 사이에서 무수한 시간이 흘렀다.


드디어 공터에 공사가 시작되었다. 철근이 올라가고 콘크리트가 타설 되었다. 외관이 마무리되고 조경이 더해지면서 도서관으로 태어났다. 임시개관 첫날, 나는 책을 빌리러 갔다. 개방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지금껏 본 적 없는 운동장만 한 공간이 펼쳐졌다. 카페도 있는 듯하고, 아이들 놀이터도 보였다. 책장은 멋진 전시실처럼 꾸며져 있었다. 낯선 공간에서 책을 찾아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오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동선이 매우 길고 복잡했다. 한두 번 구경 삼아 걷기엔 괜찮지만, 여러 권을 빌려 읽는 나로서는, 발목터널증후군이 도질 때마다 발바닥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는 나로서는 '아, 이 도서관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 한숨이 나왔다. 나이 든 사람들을 위해 큰 글자책은 출입구 가까운 곳에 배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아이들과 젊은이들의 활력이 부러웠다. 그들이라면 이런 공간을 다이어트 삼아 휙휙 걸어 다닐 수 있을 텐데...


딸아이는 친구를 만나 이 거대한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과거엔 도서관에서 공부하면 어떻겠냐고 권해도 스터디 카페를 고집하거나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아이였기에, 이번 발걸음은 참으로 놀라웠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찾아가는 걸 보니, 이곳이 아이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공간인지 알 수 있었다.

"엄마, 도서관 진짜 좋아. 북카페 같은 곳도 있고, 사람들이 잘 찾지 못하는 조용한 공간도 있어. 여섯 시까지만 개방하는 게 아쉽네. 내일 또 가서 공부할 거야."

"임시 개관이라 그래. 다음 주부터는 저녁 열 시까지야."

평소 도서관 한 번 안 가던 딸이 이제 날마다 도서관에 갈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다이어트 도서관 때문에 나왔던 한숨이 쑥 들어갔다. 책과 거리가 멀었던 젊은이들이 이곳을 드나들며 시험공부를 하다가, 그러다 언젠가 책과 절친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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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동탄중앙도서관은 11월 3일 개관될 예정이며 주요 시설로는 도서관·기록관·박물관 기능을 통합한 ‘라키비움’, 자연친화적 독서 공간 ‘지식의 숲’, 대형 미디어월 등 다양한 시민 체험형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세대별 맞춤형 독서문화 프로그램과 다양한 문화 및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고 하는데, 나도 언젠가 아이들과 같이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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