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iety, 버지니아 울프
울프는 천재다. 페미니즘의 대가답다.
독서 토론 때문에 <질문하는 여자들>을 급히 읽으려고 교보문고 Sam을 구독했지만, 정작 동아리 선정 작품인 [봄볕 아래에서]는 전자책으로 읽을 수 없었다. 급히 동네 도서관과 서점에 문의했으나 이미 대출 중이거나 당일 입고가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당장 읽어야 하는데... AI로 검색해 원제가 'A Society'라는 걸 알아냈다. 번역자에 따라 작품 제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에, 전자도서관에 접속해 버지니아 울프 단편소설 전집의 목차를 찾아보았다. [어떤 연구회]라는 작품이 있었다.
그녀가 그 책을 읽어 내려갈수록 우리의 놀라움은 점점 커졌다. 한결같이 황당무계한 소리뿐이었고, 문체도 형편없었다.
“시집, 시집!”
우리는 황급히 소리쳤다.
“시집을 좀 읽어봐!”
그녀가 그 장황하고 감상적인 엉터리 시를 읽을 때 우리의 침통한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틀림없이 여자가 썼을 거야.”
누군가 그렇게 주장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것은 당대 최고의 시인의 하나로 꼽힌 젊은 남자가 쓴 시였다. 우리가 그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됐으니까 제발 그만 읽으라고 했지만, 그녀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대법관들의 삶』...
뛰어난 책을 쓰는 건 남자의 몫인 줄 알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형편없는 작품뿐이라고 울었던 폴. 그러나 그녀가 속한 모임의 회원들은 '설마! 그럴 리가!'에서 멈추지 않았다. 남장을 하고 남자들의 세계 속에 직접 들어가 보았다. 그 시대는 그것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다. 자식을 낳는 것만이 최고의 사명이라 믿었던 여자들. 그들이 남자를 만나고 와서는 차기 후보를 뽑는다. 미래연구회답다.
예나 지금이나 자기를 둘러싼 사회적 편견과 선입견을 깨고 사는 것은 쉽지 않다.
시대는 변한다. 생각도 변한다. 읽으면서, 질문하면서, 그 답을 찾아가면서 우리는 달라진다.
질문부터 하자. 그리고 답을 찾아가자. 지금은 AI로 대전환이 벌어지는 시대이니까. 어쩌면 지금은 컴퓨터를 읽어야 하는 시대일지도 모른다.
작품 속에서 도서관의 책을 읽어야만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게 된 폴 때문에, 미래연구회 회원들은 진실을 알기 위해 남장을 했다. 읽을 수는 있지만 책을 읽지 않았기에 폴의 감정을 공감할 수 없었던 그들은 직접 알아보기로 한 것이다. 5년 뒤 다시 만나 그들이 본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읽지 못했던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질문하며 시대를, 자신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비평가이자 사전 편찬자였던 아버지에게 글을 배우고 많은 책을 읽으며 문학적 소양을 키웠다는 버지니아 울프. 이 작품은 아버지에 대한 헌사였을까, 아니면 그가 속한 남성 지식인 사회에 대한 냉철한 비판이었을까?
나는 오늘 소설 동아리 덕분에 이 단편을 읽게 되었다.
에듀테크와 AI에 푹 빠져지내다가 오랜만에 웃었다. 문장이 전해주는 그녀의 통찰력이 매섭다. 그녀가 자살만 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소설 동아리는 지금, 나의 Society이다.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03131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