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외치다
점심을 잘 안 먹는다.
직장인들의 점심 메뉴 고르는 쏠쏠한 재미를 나는 모른다.
출근하고 퇴근하기까지 삐거덕 거리고, 아슬아슬한 마음덩어리는 성한 몸도 탈 나게 만든다.
오늘은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목음이 전부였던 거 같은데 아침부터 식도 어디쯤에서 묵직하게 뭔가를 틀어막고 있다.
속도 기분전환 좀 시킬 겸 점심시간에 회사 주변을 걸었다. 슬며시 제자리에서 뛰어도 보고 보폭을 넓혀 빠른 걸음으로도 걸어보고 주먹으로 가슴을 때려보기도 했지만 내려갈 기미가 없다.
하긴 먹은 게 없으니 내려갈 게 없는 게 당연하다.
어쩌면 뻥 뚫린 고속도로 일 텐데 곤두서있는 내 신경이 막고 있는지도 모른다.
- 노력해야 한다. 살아가려면
회사 앞 횡단보도 신호등 옆에 섰다.
방금 신호가 바뀌어서 한 참을 기다려야 한다. 어색한 몸은 하늘을 올려다도 보고 멀리도 응시해 보고
가만히 있을 줄 모른다. 사람들과 있을 때 침묵이 무서워서 아무 말 대잔치 하는 내가 혼자서도 별반 다르지 않음에 씁쓸하다.
- 살아가려면, 노력해야 한다.
"아~~~~ 빠~~~~!!!!"
아빠다. 횡단보도 건너편 우리 아빠가 서있다.
억센 흰머리칼은 여든이 돼 가는대도 풍성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짝 긴장 돼 보이는 아빠..
믿도 끝도 없이 강인 했던 아빠는
성한 몸 하나로 세상을 살아갔던 아빠는
두 차례 수술 후 바닥만 보고 다닌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아빠는 초점을 잃고 지나가는 발들만 연신 처다 볼 뿐
사실은 세상에 눈치를 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더 크게 아빠를 불러본다.
"아빠~~~ 아~~~~ 빠~~~ "
이제는 두 손 번쩍 하늘 높이 들어 콩콩 뛴다.
아빠는 어쩔 줄 몰라한다. 도망가고 싶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제자리에서 이리저리 돌고 있다.
나는 어제도 봤던 아빠한테 달려갔다.
"야가 와 이라노.. 회사 앞에서.. 일안하나?"
정색하는데 슬며시 올라가는 얇고 앙다문 아빠의 입술에 즐겁다
"지금 점심시간이 자나~ 아빠는 산책 다녀오나?"
아빠의 사랑을 모르고 자랐고, 아빠한테 안겨 본 기억도 없던 유년시절
마흔이 넘어서야 아빠의 손을 자주 잡는다.
처음에는 놀래서 손을 빼시던 아빠
새벽일 하시고, 오후에 출근한 날!
졸음에 기계 속으로 손가락이 빨려 들어가 손가락 마디가 잘려나간
뭉툭한 손을 수줍게 감추시던 아빠.
- 아빠 나는 아빠가 우리 아빠라서 다 괜찮아, 해진 옷, 눌린 뒤통수, 말을 듣지 않는 몸
- 다 괜찮아 나는 다 알잖아, 다 봐왔잖아 미안하고 감사해
차마 말로 표현을 못했다. 대신에 나는 어느 순간 작정하고 온몸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덥석 아빠 안아버리기,
얼굴 쓰다듬기,
우리 아빠라고 세상이 알아듣게 외치기,
이제는 싫지 않으신가 보다.
뿌리치던 두 손은 나를 꼭 잡고 의지하며 걸어 나간다.
다시 신호등이 바뀔 때까지 아빠는 나와 마주하며 이 시간을 함께한다.
신호등 한 복판에서 '아빠'를 외친다
- 세상이 아빠를 몰라봐도 괜찮아
- 몸이 부서졌지만 아빠의 무서운 책임감 우직함, 그리고 늦었지만 아빠의 사랑방식을 우리 삼 남매는 알잖아
지금은 우리의 만남광장! 신호등을 기다릴지도 모르겠다.
아빠를 보고 깝깝했던 속도 내려갔다.
나는 결핍을 스스로 채우고 있다.
체기가 자주 있는 것도 몸부림치고 있는 흔적이다.
느리게 아주 천천히 세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