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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샤 pacha Feb 23. 2022

[롤랭 재상의 성모], 개인의 일상에 접목된 종교화

반에이크

얀 반에이크(Jan Van Eyck : 1390께-1441), [롤랭 재상의 성모 la Vierge du chancelier Rolin], 1435년께, 목판에 유화, 66*62.


복원(2023-2024)하면서 재 발견한 뒷면, 눈속임수를 이용한 푸르스름한 대리석 화판으로 칠해져 있다. 

 [롤랭 재상의 성모]는 부르고뉴 공국의 필립 르봉(1396-1467) 치하의 엄청난 자산가에 막강한 권력자인 롤랭 재상(1376-1467)이 오탱 노트르담 성당의 개인 예배당을 장식하려고 주문한다. 롤랭은 조상이 묻혀 있는 가족 예배당에서 세례를 받는다. 1424년 롤랭은 부르고뉴 공국의 재상에 임명되어 40년 가까이 재상직을 맡는다. 1441년 가난한 사람을 위해 본 시료원을 만든 사람이 바로 롤랭 재상이다. 1793년에 오탱 노트르담 성당이 파괴되면서 이 그림은 오탱 대성당으로 옮겨졌다가 1800년 지금의 루브르로 들어온다. [롤랑 재상의 성모]는 반에이크의 작품으로 인정된 스무여 점 가운데 프랑스에 있는 유일한 작품이다. 원래 이 그림을 둘러싼 틀에는 제작 연대와 화가의 사인이 적혀 있었다. 반에이크는 자신의 작품에 가장 먼저 사인을 한 화가 중 한 사람이다. 그만큼 자신감과 자존심을 내비친 화가라고 할 수 있다.


 반에이크의 활동 시절 15세기 중반 프랑스의 작은집이나 큰집 프랑스 왕국을 능가하는 세력을 가진 부르고뉴 공국은 부르고뉴 지방을 비롯 오늘날의 룩셈부르크, 벨기에와 네덜란드 지역까지 통치하였다. 1425년부터 부르고뉴 공국의 궁정에서 필립 르봉의 시종으로 일하게 된 반에이크는 1428년 필립 르봉의 재혼을 추진하는 사신으로 포르투갈에 파견되기도 한다. 이 외교 여행에서 돌아온 뒤 브뤼헤에 자리 잡고 죽을 때까지 머문다. 


 1432년 얀은 자신의 형 후베르트(Hubert)를 이어 [신비한 어린양](겐트, Saint-Bavon 성당) 다면 제단화를 완성한다. 이 제단화에 나타난 자연 풍경의 묘사가 사소한 세부마저 너무나 생생해서 풍경이 마치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이런 자연주의적인 풍경 묘사는 특히 플레말 거장 로베르 캉팽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신비한 어린양]에는 초록빛 먼 풍경을 배경으로 고딕 건축물에서 뾰족탑이 솟아나 있다. 앞면 한가운데 자리잡은 분수를 중심으로 대각선 구도를 취하는데 양쪽은 신비한 어린양의 제단에서 서로 만나며 지평선 위 낮은 하늘에 빛나는 태양이 후광처럼 둘러친다. 초록색을 다양한 톤으로 처리한 풀밭, 숲, 산을 연달아 배치하여 입체감이 확보된다. 멀어질수록 각 그룹의 인물의 크기가 줄어들게 구성되지만 브루넬레스키나 알베르티의 기하학적 원근법을 따르지는 않는다. 기하학적 축척을 따르는 게 아니라 위에서 내려다본 것처럼 인물을 서로 겹치게 한다. 인물 그룹을 대각선으로 배치하여 인물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세부를 돋보이게 하는 이런 구성에서 빛을 통해 화면 전체에 통일감을 주고 웅장하게 만든다.

[신비한 어린양], 겐트, 생바본 대성당

 

 반에이크의 특징은 인물을 거대하게 표현하는 점이다. 동시에 세부 묘사는 현미경으로 확대한 듯 세밀하기 그지없다. 물론 이것은 플랑드르 회화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롤랭 재상의 성모]에서 아스라이 사라지는 먼 풍경을 배경으로 롤랭 재상과 성모는 거대한 기념물처럼 앞자리를 차지한다. 두 인물이 자리 잡은 실내와 비교해서 바깥 풍경은 기하학적인 축적은 따로 치더라도 턱없이 작다. 수학적인 원근법이 아니라 감각적인 원근법이다. 특히 붉은 마리아의 외투는 보는 사람과 거리를 좁히면서 동시에 웅장해 보인다. 성과 속의 세계를 구분짓는 한가운데 타일을 비워두고 롤랭 제상의 외투가 타일 여섯 개를 차지하는 반면 마리아의 외투는 여덟 개를 덮고 있다. 가운데 타일선은 성벽에 자리한 두 인물을 지나고 다리 위의 십자가로 향한다. 그다음 강 위의 섬을 따라가다가 소실점을 향한다. 반에이크는 반사광과 빛의 변동에 중점을 두면서 아주 자연스럽고 세세하게 표현한다. 그는 다양한 자연 경관을 우아하고 세밀하게 표현하는데 단연 뛰어나다. 투명 물감을 엷게 겹쳐 칠하는 유화 기법을 통해 빛 효과와 반투명 색의 뉘앙스를 잘 살려낸다.

 

 테레빈유를 도입하여 번쩍이는 유화 기법을 완성시킨 반에이크는 공기 원근법과 글라시(밑그림이 마른 뒤 투명 물감을 엷게 칠하여 화면에 윤기와 깊이를 주는 유화 기법)를 동원해 색이 떨리는 듯한 느낌을 주고 깊이감과 미묘함을 잘 만들어낸다. 어른어른한 빛 효과를 통해 원경에서 스푸마토 기법을 선보인다. 롤랭 제상의 머리 위쪽 달무리진 희부연한 하늘을 보면 해뜰 무렵임을 나타낸다. 교황한테 특별 윤허를 얻어 자신의 직무를 시작하기 전 롤랭은 동틀 무렵 자신의 집에서 멀지 않은 개인 예배당에서 기도를 드리곤했다. 나중에 롤랭은 지하 통로를 파서 두 곳을 연결하였다. 롤랭 재상의 시선은 마리아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그림 바깥의 한 지점을 향해 있다. 아마 페스트의 수호 성인 세바스찬에 바쳐진 제단일 터이다. 아니면 내면 세계에 침잠해 명상에 잠긴 롤랭한테 마리아와 예수가 출현한 듯하다. 


 전통적인 종교화에서 주문자는 수호성인을 동반하고 주로 구석에 자리잡는다. 롤랭과 마리아와 예수 사이에 중개역을 맡는 어떤 수호성인도 없다. 롤랭은 중개자 없이 직접 마리아한테 기도를 한다. 중개자 없이 마리아를 마주한 롤랭의 거만함을 엿볼 수 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의 옷자락이 맞닿지 않듯이 서로 마주 보지는 않는다. 그가 펼쳐둔 아침 기도서는 "주여 제 입을 열게 하소서."로 시작하는 부분이다. 금실이 박히고 소매 끝에 모피를 댄 비단옷을 걸친 롤랭은 1424년 부르고뉴 공작한테 기사 작위를 받을 때 찼던 황금 못이 박힌 검은 비단 허리띠를 차고 있다. 사실 이런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복장은 부르고뉴 공국 귀족들의 옷차림이다. 부르주아 출신의 롤랭이 기사 작위를 받고 재상에 오른 자신을 뽐내고 있다. 자외선 검사 결과 원래 오른쪽 허리띠에 큰 돈주머니가 채워져 있었다. 탐욕스러운 인상을 줄까보아 롤랭의 요구로 반에이크가 지웠다.

 

 화가는 롤랭의 얼굴을 가차 없이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그야말로 스냅 사진처럼 순간을 절묘하게 잡아낸다. 날카로운 눈매, 골진 미간, 뾰족한 코, 꼭 다문 큰 입, 튀어나온 턱, 두더러진 광대뼈, 큼지막한 귀, 성직자 모자처럼 짧게 깎은 머리는 전체 인상이 주의깊고 엄격해 보인다. 본 시료원에 있는 로지에 반 데르 베이든의 다면 제단화 [최후의 심판](1445-1448)에 그려진 롤랭 재상의 초상화와 흡사하다.


로지에 반데르 베이든, [최후의 심판] 다면화에 나타난 롤랭 재상, 본 시료원

 반에이크는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기법을 쓴 플랑드르 초상의 창시자로 불린다. 예를 들어 [니콜로 알베르가티 Niccolo Albergati 추기경](1435년 무렵, 비엔나 문화역사박물관)을 보면 눈가의 주름이며 추켜 올라간 눈썹 위로 짓푸려진 이맛살의 세부 묘사를 통해 장중하고 심각한 인물의 성격을 잘 살려낸다. 1426년에 추기경이 된 니콜로 알베르가티는 교황의 외교관으로 능란하게 활약한 인물이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 부르고뉴 공국이 얽힌 백년전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여러 임무를 완수한다. 반에이크는 1431년 아라스에서 추기경을 만나는데 초상을 그리는데 시간이 3일밖에 없었다. 이때 그려둔 크로키와 색상 관련 노트를 바탕으로 4년 뒤 엄격하고 단호해 보이는 모델의 특징을 고스란히 재현해낸다.


 유리 볼록거울은 작품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을 왜곡되게 반영한다. 사실 중세 때 유리로 만든 볼록거울에 비치는 반사는 원구의 만곡부에 가서는 형상이 일그러진다. 유리 볼록거울을 만들 때 결함이 내포되어 있다. 유리 제작에 쓰는 모래 속에 남은 산화철 때문에 불투명하고 푸르스름한 유리는 망간의 첨가로 탈색시킬 때 기포가 생긴다. 16세기 말이면 유리 볼록거울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다. 중세의 유리 볼록거울이 형상이 왜곡되지만 전지전능한 시각으로 세상을 통합하는데 반해, 평평하고 투명한 금속거울은 단 하나의 독단적인 시점에 맞추어 정확하지만 분할된 이미지를 제공한다. 

 회화 역사상 가장 수수께끼가 많은 [아르놀피니 부부](1434,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부부 앞에 있는 개가 벽에 걸린 볼록거울에 비친 이미지에서는 감쪽같이 사라진다. 최신 연구에서 죽은 아르놀피니 전 부인이 유령으로 등장한 것으로 가정한다. 이 작품에서 부유한 상인의 집 실내를 아주 섬세하게 연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만져질 듯한 사물들의 질감이며 얼굴 표정을 통해 인물의 심리도 잘 묘사한다.


 롤랭쪽 기둥머리에는 구약성서의 일화가 새겨져 있다.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하는 아담과 이브, 카인과 아벨이 바치는 제물, 카인의 아벨 살해, 노아의 방주에서 노아의 취기 등의 원죄와 그 결과를 보여준다. 기둥머리 장식은 마치 롤랭의 머리에 광물질 관처럼 씌워진다. 맞은편에 앉은 예수의 강생을 통한 구원을 기다리는 것 같다.


 매끈한 달걀형의 마리아 얼굴은 사분의 삼 각도로 부각되어 조각품을 보는 것 같다. 이 우아한 여인은 반에이크의 작품에 여덟 번 등장한다. 마리아와 천사의 얼굴은
 닮았다. 이마 위에 검은 머리띠를 두르고 어깨 너머 늘어뜨린 머리 타래는 당시 처녀들의 머리 모양이었다. 진주와 보석으로 장식된 마리아의 붉은 망토 끝자락에는 [전도서]의 지혜에 관한 구절이 새겨져 있다. 젊고 평온한 마리아의 눈은 예수를 향해 내려다본다. 예수는 십자가가 올라간 투명 유리 구슬을 왼손으로 들고 오른손으로 롤랭을 향해 축성을 한다. 자외선 검사 결과 원래 예수의 오른팔은 펼쳐져 있었다. 롤랭의 주문으로 고쳐그렸을 터이다. 예수의 몸은 아기지만 얼굴은 지혜로운 어른의 얼굴이다. 이 점은 중세 종교화의 특징이다.


 무지갯빛 찬란한 날개를 단 천사가 마리아 머리에 관을 씌운다. 푸른 옷을 걸친 천사의 날개 색은 이 그림에 나오는 모든 색(빨간색, 밤색, 검은색, 노란색, 장미색, 흰색)을 모아 두고 있다. 천사의 날개로부터 그림이 그려지는 팔레트 같다. 마리아의 죽음에 이어 나오는 마리아의 대관식은 성경 외서에 나오는 이야기다. 마리아의 왕관은 천상의 예루살렘에서의 대관식의 이미지를 담는다. 무지갯빛 날개는 천상과 지상을 연결하고 인간과 신을 연결하는 고리다. "노트르담(Notre Dame)"하고 부르는 마리아의 특별 숭배는 성 루이(루이 9세) 시절인 13세기에 시작되었다. 영원히 젊은 마리아와 천사의 얼굴은 주름지고 엄격한 롤랭과 아주 대조적이다. 짧게 자로 잰 듯 깎은 롤랭의 검은 머리와 윤나고 고불고불한 밤색의 마리아와 천사의 머리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지혜의 왕좌에 앉아 왕관을 받는 마리아는 거대한 붉은 망토를 걸치고 있다. 이 붉은 색은 피의 색깔이며 순교의 색깔이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는 것을 예고한다. 아기 예수가 깔고앉은 흰색 란제리 역시 예수의 수의를 암시한다. 풀어헤친 머리카락과 함께 전신을 덮은 붉은 망토는 동시에 마리아의 순결성을 드러낸다.


 반에이크는 다양한 빛의 출처를 통해 공간을 깊어 보이게 만든다. 양쪽으로 난 원형의 무색 창과 로자의 세 아치 위로 비치는 자연광, 그리고 인물들을 비추는 빛의 출처는 보이지 않지만 그림의 오른쪽 앞, 그러니까 이 그림이 걸린 작은 예배당의 창이 열린 공간과 일치하게 계산하였다.


 중세가 끝나가는 14세기 말 북유럽에서는 신자 개인과 신성이 더욱 밀착되어 사적인 관계를 맺으려는 요구가 생겨난다. 예술가는 이런 시대 분위기에 발맞추어 신자를 종교 주제에 내밀하게 접근하도록 한다. 기도서나 종교화를 대량 제작하여 개인 신앙 생활을 북돋우는데 구체적인 현실 공간에 등장하는 사물들을 정밀하고 사실감 넘치게 묘사한다. 그 결과 성서의 일화가 플랑드르 지방의 실내 공간에 등장한다. 당대 플랑드르의 가구며 생활 방식을 배경으로 성서의 일화를 풍속화처럼 처리한다. 이 시대 예술가는 자연의 모든 구성물은 신의 의지를 반영하는 거라고 믿었다. 인물과 자연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일은 신적인 비전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15세기 초 대표적인 거장은 반에이크를 비롯 로베르 캉팽과 그의 제자 로지에 반 데르 베이든이다.


 반에이크는 사실감과 감정 그리고 세밀함과 거대함을 잘 통일한다. 섬세하고 미묘한 배경 처리를 두고 어떤 비평가는 펼쳐지는 먼 풍경을 보는 맨눈은 한계가 있는지라 망원경으로 보고 작업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롤랭의 비단옷이나 정원의 공작새나 꽃과 풀의 묘사를 확대해서 보면 너무나 정교하고 세밀해서 사진을 보는 듯하다. 수많은 자연의 구성물들을 빛을 통해 통합시켜 살아 숨쉬는 듯한 자연 공간을 만들어낸다. 시각에 근거한 공기 원근법이 이토록 깊이감을 더하면서 먼 풍경을 희미하게 만드는 기법을 이렇게 완벽하게 구사한 예가 없었다.


 롤랭 재상과 마리아가 자리한 발코니와 망루 사이의 공간은 마리아를 상징하는 닫힌 정원이다. 순결을 상징하는 백합, 천당을 연상시키는 동방의 꽃 작약, 마리아의 고통을 떠올리는 들장미와 붓꽃, 순결의 상징 데이지가 심어져 있다. 죽음을 상징하는 두 마리 까치와 불멸이나 허영을 상징하는 공작 세 마리도 등장한다. 네발 달린 짐승이 없는 에덴 동산을 상징하기도 한다. 총안을 뚫은 성벽은 파수꾼이 오가는 길과 함께 요한 계시록에 나오는 천상의 예루살렘을 둘러싸는 벽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 성벽 난간에 자리 잡은 두 인물은 자못 수수께끼 같다.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의 볼록거울에 등장하는 것처럼 화가와 화가의 형 후베르트일까? 오른쪽에 지팡이를 짚고 붉은 터번을 쓴 사람이 화가 자신이라면? 이 인물은 눈을 들어 먼 곳을 바라본다. 감각 세계와 영적 세계를 연결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비전을 계시하는 예술가의 초상인가? 

흔히 [붉은 터번을 쓴 남자](1433, 런던, 내셔널 갤러리)가 자화상으로 일컬어진다. 이 초상은 검은 바탕을 써서 얼굴이 두드러져 보인다. 시선은 마치 관람자를 찾는 듯하다. 여러 겹 겹쳐 칠하면서 피부나 마티에르의 다양한 뉘앙스를 세련되고 세밀하게 살려낸다. 정맥이며 주름, 바싹 면도한 콧수염까지 잘 표현해낸다. 두껍고 부드러운 질감의 터번에서 명암의 대조가 뚜렷하다. 크지 않은 초상이지만 가슴 위부터 터번까지 화면 가득 채우면서 인물이 거대해 보인다.


 롤랭 뒤로는 민가와 권력의 상징인 수도원이, 마리아 뒤로는 천상의 도시를 상징하는 대성당과 작은 성당들이 대칭을 이룬다. 샛별을 나타내는 여덟 가지 별 모양의 타일이 이분화된 세계의 경계선을 이룬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한가운데 세워진 십자가는 밝은 뒷 풍경 쪽 하나의 소실점으로 향한다. 저멀리 푸르스름하게 아스라이 사라지는 먼 산의 풍경은 축척뿐 아니라 산을 감싸면서 흐릿하게 만드는 안개 효과로 더욱 강조된다. 강을 사이에 두고 펼쳐진 도시 풍경은 잘 사는 상업 도시의 면모를 보여 준다. 얼핏 보면 일상생활이 펼쳐지는 현실의 도시 같지만 몽환적인 분위기를 불러일으키면서 이상화된 도시다. 이런 이상화되고 영적인 풍경은 롤랭 재상이 지향하는 마음으로 하는 순례 여행을 보여준다. 결국 이 그림에서 풍경은 천국(실내)의 내면세계에서 현실의 바깥 세계로 펼쳐지는 창처럼 그림 속의 그림처럼 등장한다.


참고 자료

Corinne Louvet, Méditation près d’un jardin - La Vierge au chancelier Rolin de Jan Van Eyck, Médiaspaul, 2000. 

François Cheng, « La Vierge du chancelier Rolin », Pèlerinage au Louvre, Musée du Louvre, 2008, p. 126-127.

Vierge au chancelier Rolin de Jan Van Eyck, coll. « Le Musée du Monde », Scala, 2014.

Adrien Goetz, 100 chefs d'oeuvre du Louvre racontent une histoire du monde, Musée du Louvre, 2015, p. 180-181.

Jean-Philippe Postel, L’Affaire Arnolfini, Actes Sud, 2016.

Hervé Grandsart, "Le musée du Louvre révèle les secrets de sa "Joconde" flamande, Connaissance des arts, 20.03.2024.

Conférence présentée par Sophie Caron, Présentation d'exposition : "Revoir Van Eyck. La Vierge du Chancelier Rolin",  Auditorirum Michel Laclotte, du musée du Louvre, 21 mars 2024.

Jeanne Dark XIX, [Exposition] Revoir Van Eyck, La Vierge du chancelier Rolin, 21 mars 2024.

Bérénice Geoffroy-Schneiter, "Exposition Van Eyck au musée du Louvre : la redécouverte d'un chef-d'oeuvre", Connaissance des arts, 02.04?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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