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샤 pacha Mar 04. 2022

에필로그

 전염병 역사를 훑어보면 뭐니 뭐니 해도 국가 주도의 군대식 방역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이것은 전염병 역사에서 증명된 바 있거니와 코로나 K 방역으로도 어느 정도 그 유효성이 드러났다. 그런데 공익을 위해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밖에 없나 하는 점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솔직히 말해 감금과 통금을 통해 몸소 겪어서 너무 잘 알고 있다. 스웨덴처럼 처음부터 제한 조치를 엄격히 시행하지 않고도 그런대로 잘 넘어간 사례도 분명 있지 않은가? 페스트처럼 정확한 병인을 모르고 그리하여 마땅한 치료책이 없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전염병은 수그러들면서 약화되는 속성을 띤다.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항체가 생기고 병균은 독성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확한 병인 규명이 된 다음에야 확실한 치료법이 나온다. 늘 사후약방문!


 21년 11월 독성 강한 델타 변종이 끝나가고 그 뒤를 이어 독성은 한결 약해지고 전파력은 훨씬 강해진 오미크론 변종이 등장하여 아직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한편 백신 접종률이 높아 집단 면역을 기대해볼 수 있는 나라들이 많아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코로나에 대한 공포심도 많이 줄어들었다. 정말 이제는 코로나가 꼬리를 감추지 않나 하는 예상도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실제 22년 2월 현재 유럽에서 영국과 덴마크는 이미 모든 제한 조치를 푼 상태이다. 다른 나라들도 하나둘씩 제한 조치를 완화하고 있다.

 프랑스도 출입국 때 하던 음성 판정 증명서 제출을 2월 중순 해제하였다. 올해 2월 16일, 프랑스 정부는 3월 중순쯤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해제하고 보건 패스도 폐기할 거라는 발표도 하였다.

 코로나가 시작된 지 꼭 2년이 지난 현재 드디어 길고 긴 캄캄한 터널의 끝이 보이나 싶다.


 두 번으로 끝날 줄 알았던 백신 접종은 3차까지 했다. 당해 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백신 후유증은 예상보다 훨씬 심하고 오래간다. 내 경우 오히려 1차와 2차 접종은 그런대로 잘 넘어간 것 같은데 3차 접종한 지 한 달 다 된 지금도 후유증이 남아 있다. 한 개인의 경우를 부풀려서 일반화할 수는 없어도 후유증을 앓는 사람이 한둘은 아니다.

  

 그 사이 나는 엄청난 전파력을 자랑하는 오미크론 변종(프랑스는 22년 1월 18일에서 26일까지 하루 평균 감염자가 40만 대를 기록하였다.)의 공세에 휘말려 감염자와 밀접 접촉했다는 경고를 두 번씩 받았다. 검사 결과 다행 두 번 다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한 순간 신경을 곤두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내 주변에서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그렇지만 대부분 증세는 가벼운 감기처럼 넘어갔다고 했다. 사람에 따라서는 백신 접종자도 심하게 앓은 사람도 있었다.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덜 걸린다는데 나는 흡연자가 아니다. 다른 혈액형에 비해 저항력이 세다는 O형도 아니다. 비슷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덜 걸린다는데 감기는 자주 앓는 편이다. 어쨌든 지금까지는 코로나를 잘 비껴가고 있다.

 

 코로나는 그 위세가 약해졌어도 연신 변신하면서 아직도 잘 버티는데 내 단골집은 셋이나 사라졌다. 21년 여름 루브르가 다시 문을 열어 한 달에 두어 번쯤 일하러 나갔다. 폐업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동료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통해 비보를 접했다. 그만큼 잘 되던 집이었으니까. 루브르에서 가장 가깝고 우리의 구내식당이던 히구마 라면집과 같은 주인이 운영하던 그 옆 에도코 우동 집이 문 닫았다고. 에도코 직원들은 내가 주문할 메뉴까지 알고 히구마는 짧은 시간에도 너끈히 점심 해결하는 곳이었다. 당장 그럴 일도 없지만 앞으로 정상으로 되돌아 가면 어디서 점심을 해결한단 말인가? 김치 라면과 볶음밥, 덴푸라 우동과 꼬치구이 백반은 어디 가서 먹지? 2022년 2월 현재 여태 그 두 집은 후계자를 찾는 중이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바에 앉아 아침에 커피를 마시고 점심 때는 파스타나 피자를 먹고 늦은 오후에 음료나 포도주를 한잔 걸치던 빌라 카페가 없어졌다. 2018년 월드컵 결승전도 이 집 2층에서 보았고, 동료들과 모임도 가지곤 했는데… 이 집은 내 개인 사무실처럼 번질나게 드나들던 곳. 한국에서 아는 사람이 와도 여기서 만나곤 했다. 

 팔월 어느 날 손님처럼 테라스를 차지한 디디에와 사브리나와 함께 라시드가 갖다 준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었는데… 글쎄, 시월 어느 날 습관처럼 들렸을 때 직원들이 몽땅 바뀌어 있었다. 처음에는 딴 집에 잘못 들어왔나 했다. 눈을 씻고 보아도 빌라에 들어온 게 맞는데... 하는 수 없이 지배인인 듯한 남자한테 물어서 알게 되었다. 

아미드는 로랑과 함께 새로 연 레스토랑으로 가서 없는 줄 알지만 라시드도 사브리나도 디디에도 없었다. 이 집과 인연을 맺은 지 10년도 넘는데… 그 사이 두 번 주인이 바뀌었다. 

 가끔 점심 해결하러 다녔던 정통 프랑스 레스토랑은 고전적인 실내 분위기에 음식 맛도 괜찮았다. 그때부터 일하던 직원들이 라시드와 아미드이다. 주인이 바뀌면서 이름도 빌라가 되었다. 벽면 곳곳에 스크린이 설치되고 실내장식이 현대적으로 탈바꿈했어도 두 사람은 여전히 일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호며 직원들이 싹 교체되었다. 단체 담당하는 디디에는 그대로 남았지만… 메뉴도 완전히 바뀌어 파스타와 피자만 한다나. 빌라는 그 전의 메뉴를 그대로 물려받았는데... 그다음 디디에를 만났을 때 라시드는 휴가를 떠났다고 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식당업의 어려움에 대한 텔레비전의 인터뷰에도 등장했던 사브리나는 라시드에 따르면 남프랑스로 영화 찍으러 떠났다고 했는데…

 

 코로나 통에 문 닫은 가게는 식당뿐 아니다. 루브르 주변에도 손님 잃고 문 닫은 각종 가게가 더러 눈에 띈다. 바캉스 때 휴가 간다고 문 닫은 것이 아니다. 폐업을 알리는 문구가 페스트 환자의 집에 붉은 십자가처럼 적혀 있다. 모습을 감춘 게 어디 가게뿐인가. 코로나가 끝나도 현장으로 영영 되돌아올 수 없는 동료도 있다.

 

 2월 24일 설마설마했는데 얼토당토않은 명분을 내세우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쳐들어갔다. 역사적으로 전염병은 전쟁을 더 빨리 끝마치게 하였거늘 코로나가 끝나려는 마당에 이 무슨 전쟁이란 말인가.


 아무쪼록 하루빨리 전쟁과 코로나가 끝나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갔으면 좋겠다. 그날이 오면 들썩들썩 한 바탕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전 10화 마스크를 훌훌 털어버리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