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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un 02. 2024

조급함에 대한 단상

        


  해야 하는데 하지 못한,  혼자 뒤처지는 듯한,  갖고 싶은데 갖지 못하는 불안에서 기인한 감정이 내 삶을 조금씩 좀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면 우울하기까지 하다. 참을성 없이 매우 급하게 구는 증세가 조급증이라고 나와 있다. 조급증을 겪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 자체가 마음에 가해지는 형벌이다. 잘못하면 눈앞에 이익에만 연연하는 속 좁은 아귀가 된다. 돈 앞에서 눈이 돌아가고 더 빨리 승진하기 위해 앞뒤 안 가리고 편법을 사용하기 한다. 내 것이 아닌 것을 탐내는 마음에서 조급증이 오는 것일까. 조급하다는 말은 결국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말과 통한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에 조급해진다. 조급한 사람은 겉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조급함을 감추지 못한다. 기반이 약하지 때문이다.

   조급증을 일으키는 원인 중의 하나는 남들과의 비교다. 비교는 필연적으로 불행을 잉태하는 씨앗이다. 일단 비교가 시작되면 무시하기도 어렵다. 세상에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그 사람을 경쟁 상대로 삼는다면 내 위치가 왜소하고 초라해 보인다. 그 위치에 빨리 오르고 싶어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긍정적을 바라볼 수 도 있다. 조급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직 완전한 포기의 상태가 아니며 뭔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조금만 조금만 하면 성공이 앞에 있을 것 같은 기대가 마음에 잠재되어 있다. 

  뭔가 이루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점 조급하게 몰아갈 수 있다. 조급함은 몰랐을 때 생겨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것이 현혼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이것만 하면, 이것만 하면, 그 다음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이 돈만 벌면, 여기에서 승진만 하면, 그 다음은 ~할 거야. 라는 생각, 비교를 통한 자기 암시도 조급함에 한몫한다는 생각이 든다. 앞선 사람은 앞선 사람대로 따라 잡히지 않을까 조급증을 내고 뒤에서 쫓아가는 사람은 더 처질까 두려워 조급증을 낸다. 사람 강박감에 시달리게 되고 주위로부터, 혹은 스스로에게  압박을 받는다. 이대로는 안돼. 따라 잡힐 거야. 라는 생각도 모두 상대와의 경쟁과 비교에서 나오는 일이다. 

  조급하게 판단하면 패착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조급하면 명철한 판단력을 잃는다. 투자도 사랑도 조급한 마음에 충동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충동적으로 투자를 하는 경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만 믿고 섣부른 결정을 하기 싶기 때문이다. 이번에 하지 않으면 좋은 기회를 놓칠 것 같은 조급증이 생긴다. 앞뒤 재지 않고 투자에 뛰어든다면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깨닫는다. 만약 주식에 투자했다면 작은 변동에도 일희일비를 하면서 조급함을 드러낼 것이고 결국은 손해를 보고 팔지도 모른다. 대출까지 내서 충동적으로 샀다면 조급함이 더 몰려올 것이다. 팔아야 하나, 더 사야 하나, 다른 곳에 투자해야 하나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는다. 이런 걱정, 저런 걱정이 걱정의 연쇄고리로 이어진다. 심해지면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사랑도 그렇지 않을까. 조급한 사랑은 탈이 나기 마련이다 정말 내가 사랑을 하는지 묻지 않고 남들이 좋아한다고 나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스타일이 따로 있다. 제 눈에 안경이듯이 나에게 맞는 사랑이 있다. 사랑이 아닌 데도 사랑을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십중팔구는 많은 상처를 입고 헤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조급함이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급하다는 것은 하려고 하는 강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어떻게든 이루고내고 싶은 열망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이러한 긍적적인 면도 결과적으로는 부정적이다.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조급증을 극복할 수 있을까. 먼저 ‘협력’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주변 사람의 말에 현혹되어서도 안되지만 주변을 멀리 할 필요는 없다. 믿을 만한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협력함으로 조급해하는 이유를 찾고 극복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혼자 힘으로는 조급함을 벗어날 수 없다. 협력이라는 말은 서로가 인격체로서 동등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시 말해, 나도 그만큼의 몫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훈련을 통해 상대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만 조급하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것으로도 나의 조급함은 속도를 조절하게 된다. 

  두번째로 협력과 함께 삶에 대한 감사가 따라와야 한다. 지금 나의 모습은 나 혼자만이 아닌 누군가의 도움과 협력으로 이룩된 나이다. 나는 나가 아니고 누군가의 나이다. 내가 누군가의 나로 감사하게 된다면 그 또한 삶에서 조급증을 이겨내는 약이 될 것이다. 더 많이 잃어버릴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뒤처질까 두려워하지 말자. 두려움은 어떤 일도 해결하지 못한다. 지금에 감사하고 기다릴 수 있음에 감사하고 뭔가에 도전할 수 있음에 감사하자. 감사하는 일처럼 상대와 나를 따뜻해지는 바라보는 일도 없다. 감사할 줄 알아야 타인의 삶도 보인다. 

 한 박자 느리게 나를 바라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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