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고 다정한 행운

by 청운서점

나는 어릴 적 아주 작은 시골에 살았다.

우리 집은 소고기를 잘 먹지 않았다.

외식을 할 때면 대개 돼지갈비를 먹었다.


미리 밝혀 두지만,

이건 가난을 운운하는 신파조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살던 고장은

질 좋은 소고기가 도처에 널려 있었고,

가격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저렴했다.


농담을 조금 보태자면,

지나가는 동네 개도

투플러스(2++) 등급의 고기 한 점쯤은

입에 물고 다닐 법한 환경이었다.


그렇게 소고기보다

달콤한 돼지갈비를 더 좋아하는

대학생이 되어 도시로 왔다.


어느 평범한 날,

서울 토박이 친구가 근사하게 차려입고 나타나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꽃등심 먹으러 가기로 했어. 너무 신나!”


꽃등심?

내게는 당연했던 그 선홍빛 살덩어리가,

거대 도시 서울의 삶에서는

하루를 설레게 하는

‘특별한 사건'이라는 걸 그제야 알았다.


그 기묘한 온도 차가

내 마음속에 잔잔한 상을 남겼다.


지금 나는 도시의 평범한 생활자로 살아간다.

이곳에서 소고기를 마음껏 영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다 가끔 ‘띵동’ 소리와 함께

택배 상자가 도착한다.


상자를 열면,

고향의 냄새와 함께

선홍빛 소고기 향이 코끝을 스친다.


엄마가 보낸 정성이자,

내가 잠시 잊고 지냈던 작은 호사.


달궈진 팬 위에 고기 한 점을 올린다.

나는 젓가락을 움직이며 생각한다.

세상에 당연한 호사란 없다.


그것이 엄마의 사랑이든,

마블링이 화려한 소고기든.



수요일 연재